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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나오면 보겠다" 윤석열의 좌절…측근들 다 유배 갔다

중앙일보 2020.08.27 19:48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두 번째 검찰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급) 인사가 27일 단행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은 이번에도 사실상 ‘패싱’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총장은 전달받은 검찰 인사 명단을 다 읽지 않고, 중간에 서류를 덮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이번 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 따라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로 대검 내 남아있던 윤 총장 측근들 또한 ‘유배’ 인사 대상이 됐다며 고립무원이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인사 명단 끝까지 확인 안 해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법무부로부터 검찰 중간간부 인사안을 전달받은 뒤 내용을 살펴봤다. 그러나 윤 총장은 끝까지 인사안의 내용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신문에 (인사 내용이) 나오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이 부임한 이후 검찰 인사는 지난 1월부터 2차례 이뤄졌다. 앞선 인사와 같이 이번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의중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이뤄진 검찰 인사는 ‘윤석열 라인 학살’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번 두 번째 인사는 ‘학살을 넘어 전멸’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윤 총장의 반응은 이같은 인사 기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기존 대검 간부들, 대다수 자리 이동

 
인사 전 윤 총장을 보좌했던 상당수 검사들은 ‘대검에 남겠다’며 유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는 희망 1~4순위를 모두 유임으로 채운 간부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법무부의 인사로 대검 내 중간간부들 대다수가 자리를 옮기게 됐다.

 
먼저 윤 총장의 ‘입’ 역할을 한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은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다. 권 대변인은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대변인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은 직제개편에 따라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직위가 조정돼 대검에 남지만, 수사정보1·2담당관은 지방으로 향한다. 김영일 1담당관은 제주지검 형사부장으로, 성상욱 2담당관은 고양지청 형사부장으로 발령됐다.

 
이들뿐 아니라 대검 내 중간간부들은 거의 모두 인사 대상이 됐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따라 대검 조직의 변화가 있었지만, 사실상 한 번에 대다수의 인적 구성을 바꾸는 것은 윤 총장의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운데)와 신봉수 전 2차장검사(왼쪽)가 배성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지난해 10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운데)와 신봉수 전 2차장검사(왼쪽)가 배성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지난해 10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지방으로 ‘유배’가는 윤석열 라인

 
지난 1월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지방으로 ‘유배’를 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모두 이번 인사에서 그대로 유임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맡았던 신봉수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당시 각각 여주지청장·평택지청장으로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된 바 있다.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심재철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상갓집에서 항명성 발언을 했던 양석조 당시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도 대전고검 검사로 이동한 뒤 자리를 지킨다.

 
이번 인사에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법조계 곳곳에서 제기된다. 윤 총장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문기 서울서부지검 형사부장, 신응석 청주지검 차장검사,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은 모두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윤석열, 사실상 홀로 남았다” 분석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두 차례 인사로 윤 총장이 사실상 대검에 홀로 고립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테고, 결국엔 대검에 홀로 남게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이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이탈’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인사 기조가 계속되면 검찰 내 ‘칼잡이’로,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이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며 “조직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았던 김영기 부장검사도 이번에 사의를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증권범죄합동수사부를 없앤 바 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람은 곧 떠나지만 시스템은 남는 것이기에 법과 제도를 바꿀 때에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운채·김수민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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