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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엄정대응'에 급했나…복지부 "전공의 고발" 90분뒤 "보류"

중앙일보 2020.08.27 18:59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를 경찰에 고발한다던 정부가 한 시간 반 만에 보류했다.    
 

전공의 압박하려다 병원장 간담회 후 기류 변화
전공의 70% 사직서 제출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3시 50분 출입기자들에게 "김현숙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한 시간 뒤인 4시 50분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접수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를 순차적으로 확인하고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우선 3개 병원의 10명 정도를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대학병원장 등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대학병원장 등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오후 5시 20분경 복지부는 다시 “금일 안내한 고발조치 일정과 관련해 복지부는 복지부 장관-병원장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이라며 “업무명령을 위반한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 제출 일정은 추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지 1시간 30분 만에 고발 보류로 번복했다.  
 
정부는 의료계 총파업에 대해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전날 수도권 대형병원 20여곳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이어 현장점검을 통해 명령을 따르지 않는 젊은 의사를 조사했다.   
보건복지부가 오후 5시 20분경 전공의 고발 조치 일정을 취소한다고 공지한 문자.

보건복지부가 오후 5시 20분경 전공의 고발 조치 일정을 취소한다고 공지한 문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교회 지도자와 만나 “정부로서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법과 원칙대로 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계 파업 엄정 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복지부는 4시간 여만에 예정에 없던 고발장 접수 계획을 기자들에게 알렸다가 번복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형병원장이 이날 오후 만났고, 이 자리에서 병원장들이 "행정명령 등으로 전공의들을 자극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박능후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병원장은 “박 장관이 간담회에서 ‘진정성 있게 잘하려 애썼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본인의 능력을 벗어난 것 같으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다”고 전했다. 병원장들은 "행정명령으로 자극해 전공의뿐 아니라 전임의가 나가고 교수까지 연쇄적으로 투쟁 결의를 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어 "의대생뿐 아니라 의사, 원로교수까지 범 의료계 대표와 만나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박 장관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고,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끔 협의해가자는 데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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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간담회 이후 박능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원장님들이 지혜를 모아 제안을 많이 해주시기로 했다”며 “서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대학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대학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로써 강 대 강으로만 치닫던 양측의 갈등이 수그러질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정부를 규탄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시켜 전공의들을 색출하고 잡아들이고 있다. 병원마다 찾아가 빠져나간 전공의 명단을 내놓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업무정지를 시키겠다며 스승님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다음 대화 날짜를 잡기도 전에 간신히 쌓은 상호 간의 신뢰가 그대로 깨져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20~30대 어린 의사들을 향해 거대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한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협박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당장 멈출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경 투쟁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젊은 의사들은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사직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협에 따르면 1만6000명 전공의 가운데 약 70%가 병원 전공의 대표나 병원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협 관계자는 “추가로 취합 중인 병원이 많아 결과는 내일(28일) 오전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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