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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엔 "교인 당분간 안받습니다"…교회·노인 포비아 확산

중앙일보 2020.08.27 17:50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에 붙어 있는 안내문으로 '교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우림 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에 붙어 있는 안내문으로 '교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우림 기자.

"교회 관계자분은 출입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2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 곳곳에 나붙은 문구다. 한 음식점 주인은 “이제 교회라면 겁이 난다.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낮 12시, 사람들로 붐빌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은 썰렁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변 상권이 박살이 났다. 길에 사람이 없고 동네 사람들조차 두문불출한다”며 “교회 사람들과 엮일까 봐 다들 몸을 사린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에 붙어 있는 안내문으로 '교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우림 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에 붙어 있는 안내문으로 '교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우림 기자.

 

'기독교·노인' 혐오 확산하자 교인 이탈 발생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급기야 기독교와 노인 기피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목사는 “교인 중 일부는 자신이 교회 집사라는 걸 직장에 들킬까 봐 입을 다물고 있다”며 “교회 혐오가 확산하자 교인들 자신도 교회가 그렇게 이기적인 집단이었는지 되물으며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차량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차량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기독교 기피 현상은 일부 온라인상에서 훨씬 노골적이다. 교회 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회 다닌다고 하면 이제 믿고 거른다” “개독 집단이 k 방역을 조롱거리로 만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기독교 혐오를 넘어 노인 혐오도 확산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이유를 들어 “틀딱(틀니를 한 노인을 비하하는 말)들이 문제다” “거리 두기 3단계로 상향하게 되면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 승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의 한 목사는 기독교 혐오 현상이 교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교인의 한 30% 정도가 이탈한 것 같다. 기독교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3040 세대를 잠재적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데 이들 중 70~80%가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신도들이 평소의 10%만 입장해 거리를 두고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신도들이 평소의 10%만 입장해 거리를 두고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시민의식 부재에 따른 정당한 비판” 의견도

하지만 일각에선 단순한 혐오 표현이 아니라 시민의식 부재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 교회에 이어 사랑제일교회,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광주 성림침례교회 등 교회발 집단 감염이 연달아 터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예배를 보다가 확진자가 속출한 것에 대한 분노다. 
 
특히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도 50대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격리 치료 중 탈주하거나 일부 교회에서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등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어 기독교 혐오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전문가 “과잉 일반화 멈추고 열린 마음 필요”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가 부산시의 행정명령에도 지난 주말 대면 예배 강행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부산 지역 한 교회에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가 부산시의 행정명령에도 지난 주말 대면 예배 강행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부산 지역 한 교회에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특정 세력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는 건 감염병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계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랑제일교회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이것이 기독교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커지는 과잉 일반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코로나19로 인해 불안 심리가 높아지자 그 원인을 찾으려 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심리가 높아진 것이다.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기다 보면 오히려 상대가 움츠러들어 문제가 악화한다. 비난보다는 우선 상황을 두고 보면서 열린 마음으로 이들이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퍼지는 것에 대해 일부 목사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천 미추홀구 한 교회 앞에는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는 문구를 붙이며 비대면 예배를 진행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한국 교회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교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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