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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준 65세에서 70세로 바뀌나…경로우대 기준 상향 검토

중앙일보 2020.08.27 17:40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의 연령이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만 65세인 경로우대 기준 나이 상향 조정에 대한 논의에 나서면서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다. 기재부와 고용노동부ㆍ보건복지부ㆍ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종합했다.
 
경로우대 제도 개편 논의는 고령화 대책의 하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건강 수준이 향상되면서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지하철 서울역에서 시민이 1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지하철 서울역에서 시민이 1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하고 있다. 뉴스1

경로우대 기준 나이를 만 65세에서 70세 안팎으로 조정하는 안이 유력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얼마나, 언제부터 올릴지 정하지 않았다. 나이 기준 조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이 축소되는 효과를 낳는 데다, 정년 연장 등의 문제까지 맞닿아 있는 '뜨거운 감자'기 때문이다.
 
경로우대 제도는 노인복지법 제26조에 규정돼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해 수송시설 및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나 철도 할인, 박물관과 고궁 무료입장 등 고령자에 대한 각종 혜택이 이 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경로우대 나이가 복지와 고용, 금융ㆍ교통ㆍ교육ㆍ문화 등 각종 부문에서 고령자 혜택을 가르는 기준점 역할을 해 온 이유다. 경로우대 고령자 기준이 올라가면 시차는 있겠지만 다른 분야의 기준 나이도 연쇄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 기준에 손을 대겠다고 나서는 건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고령 사회다. 올 7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인구 비중은 16.1%나 된다. 2025년이면 이 비율이 20%로 뛰어오르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령자 기준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올해 7월 기준 약 269만5000여 명인 65~69세 인구가 노인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32.4%에 이른다. 기준을 높이는 것만으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재정 부담을 3분의 1 정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경로우대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경로우대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뉴스1

정부의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그런 만큼 폭발력도 크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에게 기존의 누리던 혜택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 경로우대 나이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이유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김 차관은 “앞으로 현행 제도상의 할인율이나 적용 연령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가칭 '경로우대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에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만년 1위다. 2018년 발표 기준 45.7%로 OECD 평균(12.9%)의 3배를 훌쩍 넘는다. 한국의 고령자 절반 이상이 평균 소득의 절반도 못 버는 빈곤층이란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무임승차를 비롯한 각종 경로우대 제도가 열악한 사회 안전망의 일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고령자 대상 연금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준이 되는 나이를 올려 각종 혜택이 사라지면 반발을 클 수밖에 없다.
 
고령자 기준 조정은 또 다른 민감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정년 연장이다. 고령자 기준을 높이려면 정년 기준 상향 조정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서 현재 정년 기준에 대한 논의는 공식 안건에 없었다. 대신 김 차관은 “인구 TF의 기본 인식은 고령자에 계속된 고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한 고령자 고용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검토는 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은 당장 올릴 수 있겠지만, 기초연금 같은 노후자금과 관련된 사안은 정년 연장 등 고령층 경제활동이 보장되지 않고서 나이 기준을 조정해 쉽게 끊을 수 없다”며 “노인 연령 조정은 정년 연장과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3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할 때 받는 인지능력 자가진단 테스트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령자의 운전능력을 정확히 검증해 안전운전을 조건으로만 면허를 내주는 ‘한정면허’ 도입도 검토한다. 현재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세종=조현숙ㆍ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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