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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구로아파트, 한층 20세대 복도식…범인은 환풍기?

중앙일보 2020.08.27 16: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구로구 모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명이 한꺼번에 나왔다.
이 아파트에서는 27일에도 2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복도식 아파트 같은 라인만 감염
환풍기 통한 감염 가능성 제기 돼
역학전문가 환풍기 감염 낮게 봐
담배연기는 환기구 타고 위아래로

 
이번 집단 감염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비슷한 감염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 구로구청 쪽에서는 환기구가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반면, 방역 전문가들은 환기구를 통해 전파 사례가 드물다며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환기구를 원인으로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전파 원인이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환기구가 전파 경로일 가능성

아파트 환풍기. 중앙포토

아파트 환풍기. 중앙포토

집단감염이 발생한 아파트는 지난 1988년에 지은 것으로 한 층에 20여 세대가 사는 'ㄷ'자형 복도식이다.
이곳 주민들은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하는데 23~26일 유독 아래위 같은 라인 5세대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다.
예를 들어, 101호와 201호, 301호와 같은 식으로 전체 11~15층까지 있는 각 라인 중에서 13층까지 있는 라인에서 저층 3개 세대와 고층 2개 세대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다. 
 
27일 추가된 두 명은 지난 26일까지 나온 확진자들의 바로 옆의 같은 라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26일 이성 구로구청장은 "특정 호수(號數) 라인에서만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환기구가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들끼리 밀접 접촉한 정황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전파되려면 가가호호 환기구가 연결돼야 하고, 환자가 기침해서 환풍기로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데, 실제 환기구  구조상 그런 게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기구는 아파트 옥상까지 수직으로 연결된 공기 통로를, 환풍기는 화장실·욕실 등 천정에 달린 작은 팬을 말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도 27일 브리핑에서 "최종적인 역학 조사가 지금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그렇게 높게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환기구보다는 오히려 엘리베이터 내에서의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담배 연기는 환기구를 통해 이동

담배 연기. [사진 Pixabay]

담배 연기. [사진 Pixabay]

구로구청 측은 27일 브리핑에서 "화장실 환기구가 전 층에 연결이 돼 있고, 화장실 팬을 돌리면 에어 덕트로 공기가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며 "팬을 안 돌리는 집에선 아랫집에서 올라온 공기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 부본부장은 "증상이 빨리 나타난 환자가 같은 좀 더 층수가 높은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반론을 내놓았다.
환기구를 통한 감염이라면 위아래 양쪽으로 감염이 확산해야 하는데, 아래로만 확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담배 연기는 아파트 환기구를 통해 위층은 물론 아래층으로도 이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실험에서는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켜고 담배를 피우면 미세먼지가 위아래층 가구로 5분 이내에 퍼져 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아래 층에서 환풍기를 켜놓았을 때는 담배 연기가 퍼지지 않았고, 환기구를 따라 옥상으로 빠져나갔다.
서울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이웃집 화장실 담배 연기의 폐해를 호소하는 글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이웃집 화장실 담배 연기의 폐해를 호소하는 글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국립환경과학원 이중천 생활환경연구과장은 "신축 아파트에서는 화장실 환풍기 구멍이 저절로 닫혀 수직 환기구 공기가 환풍기를 통해 역류하지 못하도록 장치가 돼 있으나, 과거에 지은 아파트에는 그런 장치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옥상에서 돌아가는 벤틸레이터(벤츄레타)에 모터가 달리지 않아 바람이 없을 때는 저층과 고층의 기압 차이를 통해서만 환기가 이뤄져 환기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내공기 전문가인 건국대 김윤신 석좌교수도 "환기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환기 시스템을 조사하고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진자만 환풍기를 가동했다면

아파트 환풍기. 중앙포토

아파트 환풍기.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최대 16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고, 면직물·목재·종이 표면에서도 바이러스는 3~4일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진자가 있는 가정에서 환풍기를 틀면, 실내에 있던 바이러스가 수직 환기구로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담배 연기 실험에서처럼 아래 위층에서 환풍기를 틀지 않았을 경우다.
 
구로구청 측은 "환기구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면 팬을 안 돌리는 집으로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2003년 사스(SARS·급성 중증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홍콩에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에어로졸이 환기구를 통해 이웃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다.
당시 33층짜리 아파트 '아모이 가든'의 E동에서는 321명이 집단 감염됐다.
 
확진자가 대변을 보고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대변에 섞여 있던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환풍기를 통해 환기구로 들어간 게 원인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조명과 팬 스위치가 한꺼번에 작동할 때도 있지만, 스위치를 따로따로 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간단히 세수만 하는 경우 조명은 켜고, 팬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중천 과장은 "환기구의 오염물질이 역류하지 않도록 하려면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팬을 가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환기구에서 바이러스는 검출 안 돼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박유미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온라인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구로구 아파트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수구와 환기구, 엘리베이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5~26일 구로구 아파트 앞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436명을 검사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6일 구로구 아파트의 확진자가 나온 가구들의 환기구에서 시료 14점을 채취해 분석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러스 생존 기간은 3~4일 정도이고, 코로나19 잠복기가 보통 4~5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환기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환기구를 통해 전파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일 가능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버튼. 복도식인 이 아파트에서 확진자들이 실제 사용한 것과는 다른 통로의 엘리베이터다. 허정원 기자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버튼. 복도식인 이 아파트에서 확진자들이 실제 사용한 것과는 다른 통로의 엘리베이터다. 허정원 기자

지난 6~7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는 같은 동 주민 9명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월 24일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남성과 고1인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6월 28일에는 20대 여성이 오한, 몸살 증세를 보이다 확진됐다.
30일에는 60대 남자와 20∼30대 아들 2명 등 일가족 3명이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틀 뒤에도 같은 동에서 확진자가 3명이 더 늘어났다.
 
방역 당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통한 접촉 전파 가능성이 유력하게 보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확진된 세 가족(6명) 간에 개인적인 접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엘리베이터나 공용 공간을 통한 접촉 전파 가능성을 놓고 역학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권준욱 부본부장도 당시 브리핑에서 "아무래도 승강기가 (아파트) 공동사용 공간으로 가장 유력하다"며 "승강기 버튼에 부착된 항균 필름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광저우 의과대학 등의 연구팀은 최근 BMC 공중보건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지난 1~2월 엘리베이터 버튼을 통해 광저우 주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를 소개했다.
감염자 A가 맨손으로 코를 닦고 그 손으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고, 감염자 A가 내린 후 2분 뒤 이웃 주민 B가 같은 버튼을 눌렀다.
주민 B는 그 손으로 이빨을 후빈 탓에 바이러스를 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로구 아파트의 경우 복도식이고, 확진자 세대가 있는 층과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층의 엘리베이터 버튼이 멀리 떨어져 있어 버튼에 의한 전파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현예·최모란·허정원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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