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자 반등’ 외치다 역성장 시사…섣부른 낙관론 주워담은 정부

중앙일보 2020.08.27 16:26
“경기 반등의 가능성을 높였다.”(8월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페이스북)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8월 27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
 

김용범 기재부 차관, “올해 0.1% 성장 달성 쉽지 않아”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V자 반등’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무색해졌다. 한국은행이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크게 내리면서다.
 
김용범 차관은 이날 “정부가 6월 초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0.1%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당시에도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며 “2분기 실적과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반등 속도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낙관론을 스스로 주워 담은 격이다. 김 차관은 지난달 31일 “경기 개선 조짐이 뚜렷해졌다. 3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을 높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1일과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 반등 희망을 거듭 언급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3분기부터 경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이날 수정 경제전망은 정부의 반등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한은은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정 시점이 내년 말 이후로 늦춰지고, 국내의 코로나19 재확산 상태가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이날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1.1%p 낮췄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이날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1.1%p 낮췄다. 뉴스1

3분기 들어서도 수출, 내수 동반 부진 

실제로 정부의 희망과 달리 3분기 들어서도 경제 흐름은 좋지 않다. 이달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내수 역시 위축세다. 김 차관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이후 내수 둔화 조짐이 보인다”며 “특히 이동지표, 지하철·철도나 놀이공원, 대외활동 등의 지표와 대면 서비스, 소비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1차 확산기였던 2월 넷째 주와 3월 첫째 주에 비해 아직은 위축세가 제한적”이라며 “음식·숙박업 소비 감소 폭은 2~3월 정점 대비 위축세가 2분의 1에서 3분의 1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3분기 회복은 물 건너 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섣부르게 반등론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부 지표만 보고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들고 나왔다”며 “코로나19도 진정되지 않았는데 내놓은 소비 쿠폰 발행과 같은 내수 진작책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흐름으로 보면 한은 등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추가 대책 적극 강구” 

정부는 뒤늦게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추진해 온 위기극복·경기회복 대책들을 최근 방역상황에 맞게 조정해 추진하겠다”며 “더 힘든 계층·취약한 부문의 추가 피해를 막고 기존 지원책의 사각지대를 보강하는 추가대책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