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긴급보육' 어린이집 불안 "100명중 60명 등원, 거리두긴 없다"

중앙일보 2020.08.27 15:42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늘도 전체 정원 100명 중 60명 이상이 등원했어요. 아이들이 뛰어노는 어린이집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10년차 어린이집 교사 A씨(32)의 말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 어린이집들이 휴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긴급보육’을 이용해 등원하고 있는 영유아는 크게 줄지 않아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아 힘들어 긴급보육 이용”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할머니들이 자녀를 긴급돌봄교실에 등원 시키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할머니들이 자녀를 긴급돌봄교실에 등원 시키고 있다. 뉴스1

 
27일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긴급보육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들이 상당수 등원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긴급보육은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자녀 등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교사 A씨는 “지난 3월에는 100명중 2~3명정도만 어린이집에 나왔지만, 요즘엔 ‘하루종일 육아하기 힘들다’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가 많다”며 “전날 에버랜드, 키즈카페를 다녀왔다는 아이들도 있어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고, 긴급보육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 B씨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어린이집에선 식사 등도 이뤄져 코로나19 전파를 교사가 100%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긴급보육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3월 서울시 어린이집 긴급보육 이용률은 13.4%였다. 하지만 5월엔 68.0%, 7월엔 83.2%로 늘었다.
 

긴급보육 기준 없어…부모들도 혼란

긴급돌봄의 대상자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혼란을 겪는다. [네이버 카페 캡쳐]

긴급돌봄의 대상자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혼란을 겪는다. [네이버 카페 캡쳐]

 
긴급보육 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상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긴급보육의 이용자격을 두고 “별도의 이용자격과 신청양식은 없으며, 보호자가 가정 돌봄의 어려움으로 등원을 희망하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학부모가 원하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린이집에서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반면, 국공립 유치원·초등학교를 관할하는 교육부는 돌봄 교실의 인원을 10명 내외로 제한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돌봄 대상자를 맞벌이, 한부모 가정 혹은 저소득층 가정 자녀로 제한하기도 했다.
 
긴급보육 대상의 기준이 없어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맘 카페엔 “임신을 해서 힘든 데 자녀를 긴급돌봄에 보내도 되냐” “둘째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첫째를 긴급돌봄에 보낼 수 있냐” 등의 질문이 많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들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긴급보육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할 뿐이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는 “가정돌봄이 가능한 경우에는 어린이집 이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긴급보육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해 주길 바란다”는 안내문을 어린이집에 전달했다. 서울시도 지난 24일 관내 어린이집에 “긴급보육률 감소를 통한 어린이집 내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보와 배려 필요한 시기”

코로나 19 확산여파로 어린이집들은 휴원을 한 상태에서 긴급보육을 제공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19 확산여파로 어린이집들은 휴원을 한 상태에서 긴급보육을 제공하고 있다. 뉴스1

 
어린이집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긴급돌봄 대상에도 일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보육교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 긴급보육의 현실, 보육교사의 안전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아동들이 음식 섭취 시, 낮잠을 잘때 등 마스크를 벗는 일이 많다”며 “긴급보육은 실시해야 마땅하지만, 이용자격에 제한을 둬 꼭 필요한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긴급보육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국가의 돌봄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학부모들의 양보와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외의 사례처럼 의료계통 종사자 등 필수노동자의 자녀들만 긴급돌봄의 대상으로 하고, 대기업 등에선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해 가정돌봄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 대상자 제한으로 일용직 근로자의 자녀 등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