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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손절' 지도부에 "운동장 넓게 써야"…통합당 노선투쟁?

중앙일보 2020.08.27 05:00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선긋기를 하려는 미래통합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8·15 광화문 집회를 연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며 중도층에서 이들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광복절 집회 나갔던 이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상대할 필요가 없다. 무시해버리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의 당은 저희와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극단적인 주장을 그냥 둘 게 아니라 저런 생각(극우)에 반대한다는 걸 분명히 밝혀야 중도층 국민이 통합당을 편하게 지지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고 있다. (당 운영) 방향을 잡아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당 내부에선 코로나 재확산으로 촉발된 태극기 세력과의 탈동조 현상을 정치적 기회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참에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 지지율·득표력을 회복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정치 지형을 교정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YTN 의뢰 10~14일 2515명 대상 조사,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통합당 지지율(36.3%)이 민주당(34.8%)을 3년 10개월 만에 역전했지만, 정의당(5.1%)·열린민주당(4.7%) 등의 지지율을 합치면 범진보 지지세(44.6%)는 여전히 8.3%포인트 더 높았다. 통합당으로선 국민의당(3.5%)을 합쳐도 무당층(13.8%)에서 최대한 지지를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 통합당의 한 주요 당직자는 26일 “당 지도부에서 광복절 집회에 대한 비판 수위를 계속 높일 것”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집회를 주도한 인사를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금이 결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각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광화문광장에서는 보수단체 참가자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각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광화문광장에서는 보수단체 참가자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움직임에 공개 반발은 원외에 국한돼있다. “이렇게 의리가 없으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나. 정치도 다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이런 당이라면 국민도 언제 손절매할 지 알 수 없다”(김진태 전 의원) 등의 주장이다. 원내에서는 “당의 노선을 임시 지도부 마음대로 바꾸게 그냥 둘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극히 소수”(영남 중진의원)라는 설명이다.
 
외려 선을 긋는 대상·방식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광훈 목사 등 일부 맹신적 집단과 결별을 하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태극기 부대' 전체를 도매급으로 묶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다. TK(대구·경북)의 한 통합당 의원은 “태극기 부대에는 현 정부의 좌파·종북 성향에 반발해 거리에 나온, 상식적인 분들이 많다”며 “좌파 프레임으로 갈라치기 하는 걸 무조건 수용해선 안 된다. 비판해야 할 것은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합당이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정당은 민정계와 민주계가 균형을 이룬 덕에 반공·시장중심주의 같은 이념을 당 차원에서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그런데 탄핵 이후 민정계의 후예격인 전통 보수층이 과대표 돼 당이 90년대 이전으로 회귀해 이념 성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탄핵으로 세력이 축소되며 통합당 안팎의 보수의 이념적 스펙트럼 역시 좁아졌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념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태극기 세력과의 단순 결별은 근시안적 대안”이라며 “87년 민주화 이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재야 과격파의 관계,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처럼 전략적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극단적 메시지엔 비판하더라도 포용하며 운동장을 넓게 쓰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쪼그라든 보수 진영은 보수 유튜버와 태극기 세력 등이 문재인 정부와의 대결에서 최전방에 서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무력해진 통합당이 새로운 우파의 비전·철학을 확립하지 못한 채 강경론자와 무조건 선을 긋는 게 의미가 있냐는 반론 역시 나온다. 실제 통합당에선 '김종인식 정강정책'을 둘러싸고 갈등 조짐도 나온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기본소득, 경제민주화 등 '짝퉁 좌클릭'으로 어떻게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의 전체주의에 맞서 반전체주의 전선을 분명하게 긋고, 자유주의 정당으로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수면 아래 잠들어있는 통합당의 노선 투쟁은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등을 두고 여러 후보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어필하는 시점과 맞물려 당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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