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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전공의 반발은 순수한 열정의 산물, 학생 불이익 받으면 교수가 나설 것"

중앙일보 2020.08.27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신찬수 서울의대 학장. 중앙포토

신찬수 서울의대 학장. 중앙포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코로나19 종식 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면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 인터뷰
"의대정원 확대 즉각 중단하고 코로나 종식 후 원점 재검토해야""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을 비롯한 보직교수·주임교수 47명은 26일 오전 긴급 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는 550명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움직임은 다른 39개 의과대학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에게 현 사태의 해결책을 물었다. 
 
교수들이 나선 게 이례적이다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을 비롯한 전국 의대생이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거부한다. 다음달 1일 시작하는데, 통과하지 못하면 의사면허증을 못 딴다. 의사시험 1년 재수를 해야 한다. 예과 1학년~본과 3학년은 동맹휴학계를 제출했는데, 이대로 가면 1년 유급한다. 학생들의 동맹휴학과 의사국가시험 거부, 의사들의 파업, 이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처가 현실화되면서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스승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당한 주장을 하는 제자를 보호하려는 스승의 안타까운 마음에서 가만이 있을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학생들의 거부 의사를 확인해서 계속 거부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어떤 문제가 있나
지역간 의료격차, 공공의료 중요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료 인프라 확충, 수가제도 개선 등의 제도를 먼저 고쳐보고도 안 되면 맨 나중에 의사를 충원해야 한다.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의사부터 늘리려 한다. 의대 정원 문제인데 정부가 사전에 의대협의회에 의견을 조회하지도 않았다. 400명을 늘린다는데 어떻게 산출한 건지도 알 수 없다.
 
지역 의사가 부족한 건 맞지 않나
그건 맞다. 하지만 지역의사를 늘려봤자 필수진료과목을 기피할 거다. 10년 의무 복무 끝나면 대도시로 나올 게 뻔하다. 의료는 다른 분야와 달라서 경쟁이 심해지면 머리좋은 의사들이 불필요한 행위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지역에 좋은 의료원을 만들고 설비를 갖추면 지금의 의사들이 갈 거다. 교통 좋은 한국에서 시·군마다 흉부외과 의사가 있을 필요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사흘간의 2차 전국의사 총파업에 돌입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가 사흘간의 2차 전국의사 총파업에 돌입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고 의사파업이 정당한가
안타깝다. 밥그릇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어 비난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합리적이고 국가를 위한 정책인데 이를 반대한다면 말 그대로 밥그릇싸움인데,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도 살펴봐줬으면 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정부가 처음보다 많이 양보한 건 맞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대정원 확대는20~30년 후 장기적인 보건의료계획을 짜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학생들을 설득해야 하지 않나
몇주째 호소하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안 먹힌다. 학생들이 똘똘 뭉쳐 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는 개업의사들이 나섰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10년 후 실행한다. 개업의사와 관련이 적다. 반면 학생들과 전공의는 자기 문제로 여긴다.의대생, 전공의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이들의 집단행동은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다. 혹시라도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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