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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나타나기 전, 감염 여부 알 수 있을까?" 데이터 모아 디지털 치료제 만드는 의사 창업가

중앙일보 2020.08.27 00:30
 
구글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다시 유행하면서 ‘증상’에 대한 검색량이 3개월 전 대비 20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증상을 검색한다고 해도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발열과 기침, 근육통과 인후통 같은 증상은 코로나 19만의 고유한 증상이라고 볼 수 없어서다. 코로나 19뿐이 아니다. 많은 질병이 그렇다. 
 
게다가 질병에 따라 증상을 인지했을 땐 이미 늦은 경우도 있다. 스티브 잡스가 발병했던 췌장암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발병 혹은 감염 가능성을 인지할 순 없을까?   
 
강성지 웰트 대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모은 라이프로그(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일상의 다양한 데이터를 기록·저장하고 검색하는 것) 데이터가 있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여자프로골프(LPGA)는 선수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미리 인지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훕(WHOOP)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훕의 디바이스는 코로나19 백신 3상 참여자들을 관찰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웰트는 스마트 벨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16년 7월 분사해 3년 만에 연 매출 10억 원 규모 회사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디지털 치료제로 사업을 확장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폴인 스터디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기회가 온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에 강 대표를 섭외한 이유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차세대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웰트]

강성지 웰트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차세대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웰트]

 
삼성전자와 애플에서 스마트워치를 내놓았습니다. 기본적인 걸음 숫자, 심박 수를 넘어 심전도, 혈압까지 측정해주는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그에 비하면 스마트 벨트는 좀 약한 것 아닌가요?
현재까지의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확장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헬스케어 측면에선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마트 벨트를 만든 겁니다(웰트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시절 스마트 벨트를 만들었다). 일례로 스마트워치는 손목에 있어서 데이터에 노이즈(의도와 다른 데이터)가 많아요. 손을 흔들거나 부채질만 해도 걸음 숫자가 올라갈 수 있죠. 반면 벨트는 몸에 중심에 있어서 데이터 노이즈가 아주 적어요. 순도 높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데이터를 모을 수 있나요?
허리둘레뿐 아니라 걸음 숫자, 앉은 시간, 걷는 자세와 패턴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모읍니다. 과식했는지도 알려줍니다.
 
데이터를 모아서 뭘 하나요?
걷는 패턴을 보면 파킨슨병 같은 걸 미리 알아챌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는 천천히 절뚝거리며 걷거든요.
 
삼성전자 안에도 헬스케어사업부가 있어요.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사업부죠. 스마트 벨트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분사했나요?
삼성전자는 저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스스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됐다는 점에서요. 사실 우리 역사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죠. 그런데도 분사를 결심한 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를 지속해서 쌓아야 하고, 퀄리티도 관리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있어야 진단도 하고, 치료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데이터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데이터는 원유에 비유할 수 있어요. 좋은 디바이스를 만드는 건 이미 중국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갔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원유를 독점하는 겁니다.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지속해서 모으고, 거기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거죠. 스마트 벨트는 그 원유를 모으는 시추공을 하나 뚫었다는 의미로 봐야 해요. 다른 시추공을 더 많이 뚫을 수 있고요.
 
웰트가 개발한 스마트 벨트. 허리 둘레와 앉은 시간, 걸음 수와 걷는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준다. 강성지 대표는 "스마트 벨트는 데이터라는 원유를 모으는 시추공"이라고 말했다. [사진 웰트]

웰트가 개발한 스마트 벨트. 허리 둘레와 앉은 시간, 걸음 수와 걷는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준다. 강성지 대표는 "스마트 벨트는 데이터라는 원유를 모으는 시추공"이라고 말했다. [사진 웰트]

 
원유가 의미 있는 건 그걸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매일 거래가 일어나고 배럴당 가격이 주식 지수처럼 발표되지도 않을 것이다. 스마트 벨트로 모은 다양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스마트 벨트가 모은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보여주고, 허리가 늘었다거나 운동량이 줄었다는 식의 경고를 보내는 것 외엔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요?
헬스케어 영역에서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치료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측정해서 분석해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지갑을 열지 않죠. 스마트 벨트는 일상생활에서 데이터를 측정하고 모아 문제를 인지하고 알려주는 것까진 할 수 있어요. 그걸 넘어 궁극적인 문제 해결, 치료 효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웰트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요.
 
디지털 치료제요?
스마트폰 앱, 게임 VR, 챗봇 같은 소프트웨어를 치료 목적으로 약처럼 사용하는 게 디지털 치료제입니다. 예를 들어 근감소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어요. 이 환자는 스마트 벨트를 이용해 운동 패턴, 먹는 패턴 등에 대한 데이터를 쌓습니다. 주치의가 이 환자를 위해 근감소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 앱을 디지털 치료제로 추천합니다. 그럼 스마트 벨트가 적당한 시점에 그 앱을 푸시해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의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소프트웨어와 어떻게 다른가요?
임상 시험을 통해 실제 해당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검증해야 합니다. 그걸 기반으로 FDA 같은 유관 기관으로부터 ‘약’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고요. 그래야 의사가 본인의 전문성을 걸고 추천하거나 필요한 경우 처방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설명하면 굉장히 좁게 느껴질 텐데요, 넓게 보면 식단 조절과 운동 코칭 서비스 눔도 디지털 치료제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만 검증된다면 다양한 서비스가 디지털 치료제 영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곧 적용될 수 있을까요?
정신과적 치료에 가장 빨리 적용될 수 있을 겁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가 대표적입니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땐 약물치료와 상담 등을 통한 인지 행동 치료를 함께 하는데요, 후자의 경우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이 과정에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하면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겠죠.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인지를 교정하는 콘텐츠, 행동을 교정하는 게임 같은 게 처방될 수 있을 겁니다.
 
강 대표는 화려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진학한 뒤 보건복지부를 거쳐 삼성전자 무산사업부에 합류했다. 이때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통해 스마트 벨트를 만들고, 웰트를 분사시켰다. 잘나가는 의사로 살 수 있던 길을 마다하고 굳이 창업이란 길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의사가 되면 우리 가족을 잘 먹고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기업가가 되면 우리나라를 잘 먹고 살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으로 나라에 기여한다)’하고 싶어서 창업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그걸 할 수 있다고 믿고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을까?  답은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기회가 온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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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언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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