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셋 코리아] 기업가 정신 옥죄면 좋은 일자리 못 만든다

중앙일보 2020.08.27 00:28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우리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두 개의 사회적 자원은 건전한 재정 자원과 상상력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이다. 지난 3년 동안 재정 자원은 빠르게 고갈됐고, 기업가정신은 빙하기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기준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 세계 7위의 수출  국가로 우뚝 선 배경에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오대양·육대주를 누비며 모험심을 발휘한 불굴의 기업가정신 덕분이다.
 

반기업 정서로 정책 방향성 혼선
분명한 시장 친화 시그널 보내야

재정 자원의 뿌리는 경제 성장에 있고, 경제 성장은 기업인들의 창의적·모험적 투자와 경영에 의존한다. 우리 재정은 현재 세금 살포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 지출 등에 몰입한 결과, 2년 전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인 국가채무비율은 최악의 경우 향후 2~3년 이내에 60%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국가채무비율이 60%~70%에 도달했지만, 우리는 단지 3~4년 만에 60%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대미문의 한 해 네 번째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의 국가 부채는 빛의 속도로 급증한다고 할 만한 아찔한 속도가 문제다.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6%, 내년 49% 정도일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적 전망을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마이너스 성장률, 부동산 세금 폭등에 따른 내수 위축,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인구 감소 본격화,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의 악영향 등 세수 악화 요인만 보인다.
 
재정 자원을 고갈시키는 세금 투입 일자리 정책에서 기업가정신 고취를 통한 시장 친화적 일자리 정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유인하는 리쇼어링 정책과 친환경 그린 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말과는 반대로 기업을 옥죄는 브레이크를 더 세게 밟고 있다.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45%(지방세 포함 49.5%)로 올리면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노동 이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잇따른 대기업 규제 강화와 반기업 정책 등으로 정책 방향성이 혼란스럽다. 기업인들이 정부를 신뢰하도록 시장 친화적 시그널을 명확하게 보내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반기업 정책들은 더는 없어야 한다.
 
먼저,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핀셋 증세’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800억원)에 견줘 국내외 투자자에게 미치는 반기업 시그널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훨씬 클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도 OECD 국가 평균(26.6%)수준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다. 현 상속세 최고 세율(50%)은 1998년 외환위기(당시 40%) 때 인상된 이후 그대로이다.
 
둘째, 이런 저런 사법 리스크로 구심점이 흔들리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마음 놓고 경영할 수 있도록 사법부는 서둘러 결론을 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과 아마존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50%, 70% 상승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만 과거에 묶여 있어선 안된다.
 
셋째, 한시적 조치를 통해서라도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정책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 우리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70~80%가 대기업과 연계돼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대기업이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의 몫이다. 어떤 부처는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액셀을 밟고, 어떤 부처는 이를 가로막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 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