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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사립초등학교

중앙일보 2020.08.27 00:24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리라·영훈·경복 같은 전통의 사립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설립 연도는 모두 1965년이다. ‘58년생 개띠’가 1학년으로 입학한 해다. 취학인구 증가에 도시화까지 겹치면서 대도시는 ‘콩나물 시루’ 교실 문제가 심각했다. 2부제로도 안 돼 3부제, 4부제 수업까지 시행했다. 학교를 지어도 지어도 부족했다. 재정을 덜 들이면서 교실난을 해결하기 위해 1964년 정부가 ‘사립국민학교 설립 권장 계획’을 세웠다.
 
설립 직후 사립국민학교는 ‘일류 학교’로 통했다. 학급당 학생이 60명 이내라서 전일제 수업을 했을 뿐 아니라, 미술실·음악실·도서실 같은 특수교실과 시청각 교재도 빵빵하게 갖췄다. 화장실이 재래식 아닌 수세식인 것도 선호 이유였다.
 
사립국민학교 추첨날엔 학교 정문 앞에 자가용차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비싼 학비를 낼만 한 일부 계층 중에서도 당첨된 사람만 다닐 수 있다 보니 일반인의 반감도 컸다. 1971년이 한 국회의원이 사립국민학교를 폐지하는 법률안을 냈을 정도다. ‘귀족화로 국민 간 빈부 갈등을 부채질한다’는 이유였다.
 
사립초등학교 인기가 주춤해진 건 공교육 여건이 한결 나아지면서부터다. 공립초등학교가 1997년 완전 무상교육이 된 데다, 정부 투자로 시설도 크게 개선됐다. 건물만 봐서는 지은 지 오래된 사립초보다 신설 공립초가 더 낫다. ‘동네 친구가 없다’는 사립초의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사립초의 차별화 포인트는 영어 교육이었다. 하지만 영어 조기교육 시작연령이 만 3세까지 내려가면서 그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열성 학부모들은 이른바 ‘학군지’에서 공립초를 보내면서 학원을 열심히 돌리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낫다고도 얘기한다.
 
이제는 사립초가 그다지 ‘핫’하지 않던 차에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코로나19와 원격수업이다. 1학기 초만 해도 주 1회 등교만 해서는 연 1000만원에 달하는 사립초 등록금이 아깝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몇 달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립초 중 상당수가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학습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고 있어서다. 공립초는 실시간은커녕 녹화수업도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은 형편이라 더 비교된다. 다른 건 공립초가 얼마든지 따라잡거나 앞설 수 있어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에선 차이 날 수밖에 없는 걸까.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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