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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도널드 다시 뽑아주세요"…여성 표 확보에 득일까, 실일까

중앙일보 2020.08.26 16:31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 지지 호소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 지지 호소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는 당신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합니다. 당신 가족의 성공을 돕길 원합니다. 그는 이 나라의 번영 이외에 바라는 게 없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남편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남편 지지 호소 연설
트럼프 정치적 위기, 코로나19와 인종차별 언급
공감과 통합 메시지…"남편 정직해" 발언 비판도
26세 때 미국 건너와 10년 모델로 활동 후 결혼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하면 미국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남편의 재선 가도에 놓인 두 개의 큰 장애물을 과감히 연설에 담았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다. 전당대회 둘째날까지 찬조 연설자들이 언급을 피한 주제들이다.
 
CNN·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전당대회 들어 코로나19 확산을 진지하게 언급한 연사는 멜라니아 여사가 처음인 것 같다"면서 "다른 연설과 분명히 차별화됐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 지지 호소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 지지 호소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2개의 프롬프터를 번갈아 보며 라이브로 연설했다. 그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첫 백악관 안주인이다. 슬로베니아 억양이 남아있는 말투로 25분간 연설문을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카키색 재킷 위에 굵은 벨트를 매고 무릎 아래 길이의 치마를 입어 무게를 줬다.
  
그는 서두에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름다운 우리 나라를 휩쓸었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고, 아프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기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일부는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을 안다"고 인정하면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교사 등 최전선에 선 이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전당대회 첫날 53분간 연설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찬조연설에 나선 공화당 인사들이 코로나19를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마치 종식된 듯 과거형으로 말한 것과 달리 멜라니아 여사는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보좌진은 연설문을 웨스트윙이나 대선 캠프와 조율하지 않았다고 CNN에 전했다. 따라서 메시지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계산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코로나19 언급은 건강과 자녀 문제에 민감한 여성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교외(suburb) 거주 백인 주부들 표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언급하며 통합을 얘기했다. 그는 "인종과 관련한 사회 불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면서 "우리 역사 일부분이 자랑스럽지 않은 것은 냉정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로부터 배우되 미래에 집중하자"면서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약탈은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과거 멜라니아 여사는 '버서(birther·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피선거권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 음모론을 지지한 적이 있어 인종주의 세계관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면서 "지난주에 봤듯이 그런 얘기는 나라를 더 분열시킬 뿐"이라며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연설에서 멜라니아가 "국민은 완전히 정직한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서 트럼프를 정직한 사람으로 그린 부분은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또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비열하고 조작 가능한지" 비판한 대목은 트위터를 이용해 허위·차별적 주장을 일삼는 대표 주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 지지 호소 연설을 하기 위해 걸어나오고 있다. [UPI=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 지지 호소 연설을 하기 위해 걸어나오고 있다. [UPI=연합뉴스]

 
멜라니아는 공산주의 치하의 슬로베니아에서 나고 자라 "자유와 기회의 땅 미국"에 26세에 건너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모델로 일하면서 10년 동안 준비하고 공부해 스스로 힘으로 2006년 시민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2005년 결혼했다. 4년 전 연설이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의 2008년 연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을 의식해 이번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설문 작성에는 최근 백악관을 떠나기로 결심한 켈리앤 콘웨이 고문, 스테파니 그리셤 비서실장, 한국계 미국인인 마르샤 리 켈리 공화당 전당대회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인기 드라마 '웨스트 윙' 출연진은 미셸 오바마가 주도하는 투표 독려 캠페인 '우리가 모두 투표하면'을 지지하는 에피소드를 제작할 계획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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