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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통치라더니…김정은 '하루 두탕' 회의, 김여정은 없었다

중앙일보 2020.08.26 16:09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연달아 두 차례 회의를 주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6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8호 태풍 ‘바비’ 관련 대책을 논의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그리고 내년 1월 당대회 준비를 점검한 7기 5차 당 정무국회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코로나 19 방역의 허점을 보완하고, 북상 중인 태풍 '바비'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코로나 19 방역의 허점을 보완하고, 북상 중인 태풍 '바비'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뉴스1]

 

코로나19 '방역 허점' 지적하며 보완책 주문
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넘버3 자리에 앉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 “방역 태세를 계속 보완 유지하고 일련의 결함들을 근원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전 당적, 전 사회적으로 강력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또 태풍과 관련해서도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 태풍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게 즉시적인 대책들을 강구하라"고 했다.
 
북한은 올해 연초부터 국가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선전해 왔다. 그런데 이날 김 위원장이 직접 ‘방역 허점’을 지적하고, 보완책을 주문한 것이다. 지난 19일 전원회의(7기 6차)에서 경제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데 이어 “확진자가 없다”며 ‘완벽성’을 선전하던 방역 분야에서까지 미비점을 공개하고 나선 셈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의 ‘위임통치’를 언급한 상황에서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고 일일이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공개한 점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2월과 4월 각각 정치국 회의를 열고, 5월에는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6월엔 정치국 회의와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그리고 7월엔 정치국 회의를 두 차례나 개최했다. 현지지도 등 공개활동을 중단한 채 남북관계와 코로나 19 등과 관련해 현안이 발생할 경우 공식 회의를 열어 논의하고 결정서를 채택한 것이다. 
 
8월 들어선 회의 소집이 더 잦아졌다. 정무국회의 2회(5ㆍ25일), 정치국회의 2회(13ㆍ25일), 전원회의 1회(19일)등 모두 5차례, 평균 5일에 한 번꼴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에는 상무위원등 몇몇 의사 결정권자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했다”며 “김정은 위원장도 초창기엔 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선 회의 차수까지 공개하며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파란색 원 안)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넘버 3자리인 김정은 위원장 왼쪽에 앉아 있다. 13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선 박봉주(빨간색 원 안) 국무위 부위원장이 넘버 3자리에, 이병철은 서열 5번째 자리에 앉았다. 김 위원장 오른쪽(사진상 왼쪽)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뉴스1]

이병철(파란색 원 안)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넘버 3자리인 김정은 위원장 왼쪽에 앉아 있다. 13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선 박봉주(빨간색 원 안) 국무위 부위원장이 넘버 3자리에, 이병철은 서열 5번째 자리에 앉았다. 김 위원장 오른쪽(사진상 왼쪽)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뉴스1]

지난 13일 열린 정치국 회의. 왼쪽부터 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이들 5인방은 북한 노동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3일 열린 정치국 회의. 왼쪽부터 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이들 5인방은 북한 노동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다. [조선중앙통신]

 
한편, 이날 북한이 공개한 회의 사진을 보면 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옆 왼쪽(사진상 오른쪽)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13일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5인방에 들었는데, 김 위원장의 '왼팔'격이 왼 셈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공식회의 석상의 자리 배치는 권력 서열을 의미한다”며 “김 위원장 오른쪽(사진상 왼쪽)에 서열 2위가, 왼쪽에는 3위가 앉거나 또는 행사에 따라 반대로 앉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진을 보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위,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이 3위 자리에 앉았다”며 “그런데 25일 회의에선 박봉주가 권력 4위 자리인 최용해 오른쪽에 앉고, 이병철이 3위 자리, 김덕훈 내각 총리가 5위 자리에 위치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신망 때문인지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 경제보다 군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적 자리 배치인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때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던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 이병철이 자릿상으로도 넘버 3안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또 이날 사진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특이점으로 꼽힌다. 이날 회의에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나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닌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참석했음에도 이른바 ‘2인자’가 빠진 것이다. 그간 김여정은 각종 회의 때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꼼꼼히 받아 적는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김여정은 지난 4월 정치국 후보위원에 보선됐다”며 “김여정은 분명 회의 참석대상인데 워낙 부각되다 보니 사진이 찍히지 않는 자리에 앉았거나, 회의 시간에 김 위원장 대신 급히 챙겨야 할 일이 있었을 수 있는 만큼 추후 기록영화 등 동영상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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