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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종현이 남긴 ‘장학퀴즈 숲’…온난화시대 440억 가치로

중앙일보 2020.08.26 07:00
SK임업이 조성한 강원 고성군의 숲길. 사진 SK임업

SK임업이 조성한 강원 고성군의 숲길. 사진 SK임업

강원도의 기온이 33도(춘천 기준)까지 올라갔던 지난 20일. 고성군 간성읍의 한 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200~300m를 지날 때마다 기온이 1도씩 내려갔다. 그렇게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기도 힘든 길 앞에 이르자, 가느다란 줄기의 나무들이 양옆으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SK㈜의 자회사인 SK임업이 2015년부터 조성한 자작나무ㆍ잣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이다.
 

26일 故 최 회장 22주기

숲길로 들어서자 5살짜리 어린나무들에 매달린 잎들이 옅은 초록빛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숲의 기운에 더위도 안 느껴진다 싶어 확인한 기온은 25도였다.
 
“여기가 옛날엔 축산용 땅이었어요. 그땐 화학약품 사용을 하던 때라 축산업이 떠났어도 자연 복원이 안 돼서 우리가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은 겁니다.”
강원 고성군 숲을 하늘에서 찍은 모습. 사진 SK임업

강원 고성군 숲을 하늘에서 찍은 모습. 사진 SK임업

유희석 SK임업 산림팀장은 길옆에 쓰러진 나무 한 그루를 일으켜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외부 충격에 쓰러지는 나무들이 종종 생긴다고 한다. 유 팀장은 “한 그루 한그루가 다 온실가스배출권을 얻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SK임업에 따르면 이 숲은 국내 최초로 온실가스 저감을 목적으로 조성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등록한 곳이다. 75㏊(22만5000평) 넓이의 이 숲이 해마다 흡수하는 이산화탄소(CO2)는 621t. 국내에서 발생하는 CO2를 인구수로 나눴을 때 50명 정도가 1년 동안 뿜어내는 양인데, 이 같은 숲 조성 노하우를 제3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숲을 통해 흡수한 CO2는 온실가스배출권으로 인정돼 거래시장에서 팔 수도 있다. 의무적으로 CO2 감축을 해야 하는 회사가 이 배출권을 사면 그만큼 온실가스를 덜 줄여도 된다.
 
26일 22주기를 맞은 고(故) 최종현 SK 회장이 ‘장학퀴즈’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시작한 산림사업이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말엔 산림청이 그 노하우를 인정해 ‘해외 산림 사업 발굴 및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SK임업과 맺었다. 2021년 신기후체제(파리협정) 적용에 따라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이 되는데, 이에 대비해 해외 산림 경영을 통한 CO2 등의 감축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겠다는 시도다.
1986년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고(故) 최종현 회장. 사진 SK

1986년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고(故) 최종현 회장. 사진 SK

SK의 숲 조성 경험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도 연결된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SK임업 지분 100%를 가진 SK㈜는 지난해 조림 사업을 통한 환경ㆍ사회ㆍ동반성장 기여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4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했다.
 
심우용 SK임업 대표는 산림청 MOU 당시 “50여년간 국내ㆍ외 조림 및 산림복원을 통해 확보한 SK임업의 전문성과 산림청의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 노하우 및 해외 네트워크 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역량을 활용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최종현 회장의 추모식은 따로 열지 않는다. 지난 4월 초 그룹 창립 67주년 기념식 때 함께 연 것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선대 회장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창업으로 돌파했고,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등 전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위기를 극복하셨다”며 “단단한 저력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새로운 역사를 쓰자”고 말했다.
 
고성=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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