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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예식장 위약금 분쟁 1003% 급증···지자체들 중재 나섰다

중앙일보 2020.08.26 05:00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신부 A씨(34·여·서울시)는 오는 10월 10일 결혼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미 지난 5월에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을 미룬 상태에서 또다시 결혼식을 연기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서다.

5월 결혼 한 차례 미뤘는데 또
예식장 측 “자체 규정 따라야”
서울시, 예식업중앙회와 합의안
이재명 지사 “도가 조정 신청”
예비신부 “통일된 기준만이라도”

 
 당초 A씨는 최소 보증인원 200명으로 최초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인 지난 3월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을 연기했다. 하지만 예식장 측에 결혼식 연기를 요구할 규정이 없어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하자 “예식장과 협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예식장 측은 ‘(결혼식 연기 규정이) 권고사항이지 법이 아니니 예식장 규정을 따라야 한다’면서 7·8월로 연기하든지 9·10월에 하려면 취소하고 재계약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식장 측이 제시한 7·8월 대관료와 식비가 성수기인 5월보다 더 비쌌다는 점이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계약을 취소하고 10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다시 썼다. 예식장 측은 전체 식대·예식비·부대비용의 15%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받아갔다. 
 
 재계약 시 계약 내용도 달라졌다. 10월이 성수기라는 이유로 계약금이 기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으며, 예식 관련 비용도 더 비싸졌다. 예식장 측이 요구하는 위약금 비율이 해지 시기별로 10~30%p 더 높아진 데도 분노가 치밀었다. 
[사진 pikist]

[사진 pikist]

 
 A씨는 억울했지만, 날짜에 맞춰 결혼식장 예약을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에 계약을 하고 청첩장도 재주문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예식장 측이 “뷔페를 운영할 수 없다”며 보증인원을 절반으로 줄여주고, 하객들에게 답례품을 주겠다고 했다. 100명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면 공간을 둘로 나눠 98명을 수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예식장 측은 ‘결혼식 날 거리두기 2단계가 해제된 상태라면 보증인원을 10%만 줄여준다’는 단서를 또 달았다. 이 경우 A씨 입장에선 180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A씨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몇 명을 초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답례품도 식사 비용에 너무 못 미친다는 생각을 하면 이래저래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시대에 결혼식을 치르는 예비부부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정도에 따라 결혼식 연기가 속출하는 가운데 터무니없는 금액의 위약금을 요구받고 있어서다. 예식장 비용에 여행·사진촬영비까지 더해진 결혼식장 위약금은 최근 수백만 원에서수천만 원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한 지난 14~21일 서울 지역 예식장 위약금 분쟁 상담 건수는 290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12건)보다 2137%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 후 위약금을 둘러싼 분쟁이 20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76건에서 838건으로 1003% 증가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 이날 예정된 결혼식이 모두 취소돼 안내문만 세워져있다. 정진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 이날 예정된 결혼식이 모두 취소돼 안내문만 세워져있다. 정진호 기자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에 전국 곳곳에서 예식장 분쟁이 들끓자 각 지자체가 중재에 나섰다. 서울시는 25일 한국예식업중앙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협의해 구체적인 위약금 기준을 명시한 합의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올해 12월 31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연장된다면 최대 내년 2월 28일까지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다만, 해당 기간에 예식을 취소한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위약금(29일 이내 취소할 경우 총비용의 35%)의 30~40%를 예식장이 부담하도록 했다. 아울러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할 때는 단품 식사인 경우 보증인원의 10~20%를 감축하며, 뷔페인 경우 30~40%를 감축하도록 했다. 서울의 예식장 위약금 분쟁 문제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울상생상담센터(02-2133-4864, 4936)가 맡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위약금 없이 최대 6개월까지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국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지만, 예비부부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인 데다 아직 세부 내용이 없어서다.
23일 서울의 한 예식장의 연회장에 결혼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당초 칸막이를 설치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뷔페 운영이 금지됐다. 정진호 기자

23일 서울의 한 예식장의 연회장에 결혼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당초 칸막이를 설치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뷔페 운영이 금지됐다. 정진호 기자

 
 앞서 경기도는 예식장 분쟁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선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경기도소비자정보센터로 예식계약서와 피해 내용을 접수하면 1차 피해 처리와 중재를 돕겠다”며 “중재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도가 직접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역시 25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피해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광주시는 시청 1층 민원실 내 여성가족국 소비생활센터(062-613-3773)에서 예비부부와 예식업체의 피해 상황을 신청받아 다각적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 21일부터 부산시 소비생활센터(051-888-2141~2)에 접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식 계약서와 피해 내용을 센터에 알리면 사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비신혼부부들이 3월부터 많게는 세 차례 결혼식을 연기해 취소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정위 권고사항에는 취소 규정이 없어 그 기준을 추가하는 등 구체적 수치를 담으려고 했다”며 “서울상생상담센터에서 위 세 가지 경우와 그 외 다양한 분쟁을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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