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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코로나19, 무역전쟁…중국 신SOC 투자로 판 뒤집기 나선다

중앙일보 2020.08.26 00:31 종합 24면 지면보기

중국 ‘위기의 패러독스’ 재연할까

리커창(오른쪽 세번째)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7월 7일 구이저우(貴州) 구이양(貴陽)의 텐센트 데이터 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빅데이터, 공업인터넷 등 신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커창(오른쪽 세번째)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7월 7일 구이저우(貴州) 구이양(貴陽)의 텐센트 데이터 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빅데이터, 공업인터넷 등 신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하루 수십 명이 죽어 나갔다. 2003년 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때 일이다. 마윈(馬雲) 당시 알리바바 사장이 직원들을 불러 모은다. “사스 역병으로 인해 인터넷이 삶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는 이제 소비자 대상 전자상거래를 시작한다. 이름도 정했다. ‘타오바오(淘寶)’다.” 오늘날의 알리바바를 있게 한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왕’은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 위기마다 국가가 앞장서 투자
미래 먹거리 4차 산업 인프라 주력
알리바바·바이두 AI 공동 프로젝트
미 압박에 ‘디지털 자력갱생’ 맞서

10여 년 후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IPO(기업공개) 규모 250억 달러.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사스의 산물’인 타오바오는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고, 알리바바는 줄곧 중국 인터넷 혁명을 주도했다.
 
#2. 2009년 봄, 이번에는 실업 공포였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 경제를 할퀴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섰다. 당시 철도부 대변인이 베이징의 기자들을 불렀다. “SOC 투자의 핵심이 고속철도다. 향후 10년 동안 고속철도 노선을 4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속철도라고는 베이징-톈진(137㎞) 노선 하나뿐인 상황에서 턱도 없는 얘기로 들렸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고속철도 길이는 3만5000㎞다. 지구 한 바퀴를 돌 거리다. 전 세계에 고속철도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깔렸다. 고속철도보다는 속도가 늦지만, 시속 200㎞ 이상 달릴 수 있는 둥처(動車)까지 합치면 4만㎞를 훌쩍 뛰어넘는다.
  
5G·AI·빅데이터 등에 ‘돈 폭탄’
 
‘위기의 패러독스’다. 사스 위기가 중국을 ‘인터넷 대국’으로 만들었고, 세계 금융위기가 ‘고속철도 강국’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또다시 위기다. 코로나19에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치면서 중국 경제는 이전에 겪어보지 어려움에 직면했다. 중국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위기의 패러독스는 이번에도 연출될 것인가?
 
중국 신사회간접자본(SOC) 4대 영역

중국 신사회간접자본(SOC) 4대 영역

중국은 위기에 직면하면 국가가 전면에 나선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중국은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약 13%에 해당하는 4조 위안을 경기 부양 자금으로 쏟아부었다. 그 돈이 가장 많이 투입된 곳이 바로 철도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중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SOC 투자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런데 그냥 SOC가 아니라 그 앞에 ‘신(新)’자를 붙였다. 항만이나 철도와 같은 전통 SOC가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인프라 항목에 돈을 퍼붓겠다고 나선 것이다.
 
7개 영역을 선택했다.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공업인터넷, 고속철도, 특고압 설비, 신에너지 자동차 등이다. 제4차 산업혁명 여건 조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투자는 구체적이고, 신속하다. 모호하고 머뭇머뭇하고 있는 우리나라 그린뉴딜 투자와는 다르다. 중국은행 산하 연구기관인 중국은행연구원은 올해 약 1조2000억 위안(약 204조 원)이 신SOC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집계했다. 5G 분야에 약 3000억 위안(약 51조 원), 빅데이터 센터 건립에 800억 위안(13조6000억 원), AI 개발과 전기차 충전소 건설에 각각 300억 위안(약 5조1000억 원) 등이다.
 
타임 테이블도 명확하다. 5G 분야의 경우 2025년까지 5G 기지국 500만 개를 중국 전역에 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만 8603억 위안, 우리 돈 약 146조 원이 투입된다.
  
중앙·지방·기업·대학 일제히 진격
 
중앙정부가 나서니 지방정부가 따른다. 상하이 시정부의 경우 지난 5월 2020~2022년 신SOC 투자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3만4000개의 5G 기지국 설치, 100개 이상의 공업인터넷 공장 건설, 10만 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설립 등 모두 48개 항목이 포함됐다. 이 부문에 2700억 위안(약 45조9000억 원)이 투입된다(중국과기일보 5월 8일자 보도). 이에 뒤질세라 각 성(省)정부가 속속 신SOC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중국 전역에 신SOC 투자 붐이 일고 있다.
 
기업이 움직인다. 그들은 신SOC 분야에 먹을 떡이 많다는 걸 감각적으로 안다. 5G의 선두기업인 화웨이뿐만 아니라 텐센트·바이두·알리바바·샤오미 등 주요 IT 기업들이 앞다퉈 신SOC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텐센트의 경우 지난 5월 26일 “정부의 신SOC 투자에 맞춰 향후 5년 5000억 위안을 투자해 클라우딩, AI, 공업인터넷 등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끼리 손을 잡는다. 알리바바는 바이두와 AI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화웨이는 음성인식 사업을 위해 이 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커다쉰페이(科大訊飛)와 제휴하는 식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이 신SOC를 매개로 뭉치고 있다.
 
중국 대학도 신SOC 투자에 뛰어든다. 제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를 인재 인프라 확충에 나선 것이다. 저장(浙江)성은 최근 성내 각 대학의 학과 신설 및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첫 번째 기준이 바로 신SOC 분야에 적합한 인재 양성이다. 50개 신설 학과 중 44개가 AI, 로봇공학,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 영역에 치중됐다. 대부분의 대학이 그런 식으로 학과를 조정하고 있다.
 
이공계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학은 최고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특별반을 조직해 운영한다. 지난해 신설된 ‘AI반(人工智能班)’은 그중 하나다. 흔히 ‘즈반(智班)’으로 불리는 이 특별반은 모집부터 다르다. 고등학교 때 수학 올림피아드, 물리 경시대회 등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 위주로 선발한다. 물리학과·수학과·컴퓨터공학과 등의 신입생 중에서 수재를 뽑기도 한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AI 전문가로 키운다는 게 교육 목표다.
 
중국의 시선은 미국을 향한다. 중국은 AI 등 제4차 산업 영역에서 미국을 이기겠다는 야욕을 숨기지 않는다.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의 영역을 ‘새로운 인프라(신SOC)’로 지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그리고 대학이 스크럼을 짜고 달려든다.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신SOC 투자를 자극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가 심해질수록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자력갱생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중국의 열망은 더 커지고 있다. 위기의 패러독스는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유니콘 사관학교 칭화대 ‘야오반’을 아시나요?
“중국의 영재는 칭화대로 몰려들고, 칭화대의 인재는 ‘야오반(姚班)’으로 모인다.”
 
명문 칭화대학에 나도는 말이다. 야오반은 우수 학생을 여러 경로로 뽑아 만든 일종의 ‘특수 학과’다. 수학 올림피아드, 물리 경진대회, 정보 올림피아드 등에서 입상한 고등학생에게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 물리학과·수학과 등의 신입생 중에서도 뛰어나다 싶으면 뽑아 반으로 편입한다.
 
‘글로벌 스타급’ 교수를 초빙해 최고급 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미국 주요 대학에서 한 학기 공부할 수 있고, 4학년 때는 아예 홍콩대학에서 수업을 받는다. 물론 학비는 면제다.
 
야오치즈

야오치즈

2005년 설립 후 지금까지 약 34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202명이 MIT, 스탠포드 등 미국 주요 대학 유학길에 올랐다. 이 중 50여 명이 미국에 남아 구글·IBM·페이스북 등에서 일하고 있고, 10여 명은 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창업도 활발하다. 안면인식 AI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쾅스(曠視·Megvii)는 이 학과 졸업생 3명이 만든 회사다.
 
정식 명칭은 ‘컴퓨터사이언스실험반(計算機科學實驗班)’. ‘야오반’은 설립자인 야오치즈(姚期智·74·사진) 교수의 성을 따 붙인 별명이다. 야오 교수는 ‘컴퓨터 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튜링상을 탄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하버드대(물리학), 일리노이대(컴퓨터공학) 등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2004년 칭화대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야오치즈 교수는 지난해 AI 분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AI반(속칭 즈반·智班)’을 만들었다. 칭화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중국 대학이 인재 양성을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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