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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김병준 vs 오세훈, 천도론(遷都論)에 대처하는 보수의 자세

중앙일보 2020.08.26 00:04
“통합당, 지지율 상승에 도취 말고 기본소득제 담는 대안정당으로 진화해야”
“세종시로 청와대 옮긴다고 부동산 실패 못 가려… 공급·유동성 관리 절실”

[기획대담] “행정수도 이전, 차기 대선 핵심 이슈 될 것”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왼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기본소득제 등의 진보 담론에 보수가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왼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기본소득제 등의 진보 담론에 보수가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이미지 정치의 시대에 김병준(66)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과 오세훈(59) 전 서울시장은 콘텐트로 승부하는 정치인들이다. 험지에서 치른 4·15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여전히 두 정치인을 잠재적 대권 후보로 인식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여권발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해 김병준·오세훈의 포지셔닝은 ‘야당 속의 야당’이었다. ‘천도론으로 부동산 늪에서 벗어나려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프레임에 걸려들지 말자’는 야당 다수의 생각을 모르지 않지만, 두 정치인은 “반대를 넘어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지 않으면 2002년 대선 때처럼 말릴 수 있음을 경계한 포석이다.
 
8월 13일 월간중앙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김병준 위원장과 오세훈 전 시장은 세종시와 서울시의 대안적 미래를 논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부동산 문제, 보수집권 플랜으로 확장됐다.
 
 

“文 대통령, 균형 발전 회의에 몇 번이나 참석했나?”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대선을 한참 앞두고 나왔다.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전경.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대선을 한참 앞두고 나왔다.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전경.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세종시의 설계자’로 불린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장(2004~2006년)을 지냈다. 이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2018~2019년)을 거쳐 현재 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오 전 시장은 16대 국회의원(2000~2004년)을 거쳐 서울시장(2006~2011년)에 두 번 당선됐다. 그의 임기 동안 서울 집값은 가장 안정적이었다. 현재는 통합당 서울 광진구을 당협위원장 신분이다. 많은 직함 중 세종시·서울시와 연관된 직함으로 각각을 호칭했다.
 
최근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앞선 여론조사가 나왔다.
 
김병준(이하 김)_ 나쁜 소식은 아니지만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아직 우리가 흡입력을 갖추지 못했다. 상대가 실수하고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불안한 지지율이다.
 
오세훈(이하 오)_ 다만 의미를 찾는다면 총선 후 4개월 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고무적인 건 사실이다. 한국 정치는 다이내믹하다. 민심이 정말 무섭다. 김 위원장님 말씀처럼 민주당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마음을 가볍게 보고 오만하게 처신했기 때문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
 
오_ 지금 통합당은 비상체제다. 아직 국민 마음 한구석에는 비대위 주도의 변화가 본질적인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남아 있다. 일말의 불안감은 있다.
 
김_ 오 전 시장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어떤 변화를 전제하고 말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변화를 별로 못 느꼈다. 통합당이 변한 건 별로 없다. 그러나 상대가 도덕적 문제부터 국민의 생활과 이해관계를 건드렸다. 특히 부동산은 용납이 안 된다. 정부가 해결할 것이란 희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에서 건드릴수록 일이 악화하니까, 이슈를 이슈로 덮는 차원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오_ 국민 여러분이 눈치챈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까 행정수도 이전에 부정적이다.
 
김_ 이번에는 쇼도 참 어설펐다. 평상시 지역 균형발전이나 행정수도 문제를 깊이 고민하던 사람들이 그 문제를 꺼냈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혀 참여도 안 하고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행정수도론의 챔피언이 된 것처럼 떠들더라.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 발전 회의에 몇 번 참석한 줄 아나? 처음에 딱 한 번이다. 이 사람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망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어젠다를 이렇게 정략적으로 써도 되는가? 문 정부의 천도론에는 영혼이 없다.
 
통합당에선 궁지에 몰린 청와대와 민주당의 천도론 프레임에 아예 대응 자체를 하지 말자고도 한다.
 
오_ 그런 당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행정수도 이전론은) 내 정치 이력에 트라우마였다. 처음에 이 이슈를 접한 것은 초선 의원 시절 이회창 당시 총재를 모시고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는 와중이었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에선 ‘선거를 위해 동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충청도 출신인 이회창 후보는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_ 당시 나는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했던 사람이다. 노무현 후보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노 대통령 당선 뒤 김 위원장은 세종시가 만들어지는 초기 과정을 관리했다). 조금 전에 오 전 시장이 이회창 총재 모시면서 고민했다고 했는데 나는 그 반대편에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표를 보고 했다고 하는데, (노 캠프에선) 서울에서 표 떨어져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걱정이 있었다. 표가 되든 안 되든 해야 될 일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노무현 후보가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이슈가 됐고 충청 표 덕분에 이겼다.
 
 

“통합당 수도 이전 함구령에 동의 못해”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왼쪽)이 8월 13일 국회에서 기본소득을 명시한 새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왼쪽)이 8월 13일 국회에서 기본소득을 명시한 새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오_ 부동산 실패를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현재 민주당의 의도와 행태에 분노한다. 그래도 내가 논의해보자고 말하는 건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패배가 떠오르면서 이 이슈는 무시 전략보다 우리 당에서도 원칙적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김_ 서울은 경제력과 문화력 덕분에 흡입력이 강하다. 국회와 청와대가 빠진다고 별 이상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오히려 충청권과 그 이남 지역에서 이런 곳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오_ 그래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바는 청와대 하나 옮기는 논의로 국한하는 게 아니라 사법부까지도 범위에 넣어서 세종시 주변 다른 도시들까지 포함하는 복합행정구역을 만드는 것이다. 정당들끼리 제대로 논의하고,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김_ 통합당이 이 이슈는 함구령하자고 이야기가 안 되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충청 민심은 들떴다. 부동산 가격에 변화가 생겼고, 온 세종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이게 잘못되면 세종시와 그 주변 충청권 선거는 끝나는 것이다.
 
오_ 통합당의 존재 의미는 선거 승리에 있다고 본다. 두 번, 세 번 져보니까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보다 더 국민에 대한 죄악이 없더라. 벌써 논의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건 휴화산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어떤 형태든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제대로 논의하는 게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김_ ‘(수도이전 하려면) 개헌해야 한다’, 이런 건 말이 안 된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 통합당이 만약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면 지역 균형 발전, 충청권과 그 이남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결국 세종시도 제2의 서울시처럼 또 하나의 부동산 ‘빨대효과’를 유발할 뿐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오_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는 사회·경제적 정책의 종합판이다. 중앙일보에서 정기적으로 다루는 것처럼 지방소멸 화두는 중요하다. 지방 중소도시들이 몇 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 살리기를 모토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의 후예라면 집권 초기부터 (지방 살리기에) 에너지를 투입했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 서울 부동산 안정 문제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없었다.
 
김_ 통합당도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 선거 치르면서 내가 절감한 것은 유권자들이 통합당을 ‘대안 없는 정당’으로 여긴다는 점이었다. 지역 균형 발전뿐만 아니라 교육·검찰개혁 등에 관한 대안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 저렇게 하면 잡겠다’는 대안을 내야 한다.
 
 

“시장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_ 부동산은 공급으로만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위원장도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과잉 유동성 문제, 교육 문제도 있다. 예를 들면 이 정부 들어서 특목고, 자사고를 전부 죄악시하고 폐지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엔 허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방에 특목고와 자사고를 유지한다면 굉장한 흡인력이 생긴다. 문화·교육·의료서비스 측면에서 지방이 살 만한 곳이라고 판단하도록 이 정부가 했는가? 통합당도 답답한 것이 이 기회에 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텐데 오히려 함구령을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김_ 선거를 앞두면 민주당이 또다시 모드를 바꿀 것이다. 선거가 없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선거 때가 되면 돈을 푼다. 그렇게 흐름이 넘어가다가 우리 당에서 실수 몇 개 나가면 선거 무너진다. 그러니까 대안정당의 모습을 이 기회에 갖췄으면 좋겠다.
 
‘경제는 기적, 부동산은 안정’이라는 문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특히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때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김_ 국민이 아셔야 할 게 있다. 문 대통령이 국정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참여정부 청와대는 정책실과 비서실을 완전히 나눠서 운영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는데 주로 민정라인을 장악했다. 검찰도, 언론도 민정라인을 어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권력주의자가 됐다. 권력으로 시장(市場)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책은 옆에서 남이 운전하는 것을 봤을 뿐, 자기가 직접 운전은 안 해봤다. 그런데 자기가 운전을 해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요즘 와서 위태함을 느끼고 있다.
 
오_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고민할 기회가 있었을까?
 
김_ 스스로는 굉장한 고민을 했는데, 참여정부 당시에는 바보 같은 정책라인들이 못해서 부동산을 못 잡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_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의 주택 정책은 한마디로 충분한 공급이었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이런 것들이 물량 공급정책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부동산 정책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했다. 뉴타운 들어서고,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생기면 보수 성향이 되더라는 트라우마를 이 사람들이 가진 것이다. 이런 생각이 현실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 박원순 전 시장 때였다.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을 거의 다 해제했다. 그게 됐더라면 공급할 수 있었던 가구 수가 30만 가구 이상이었다. 불행은 거기서 시작됐다.
 
김_ 8·4 공급 대책도 늦은 감이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 공급은 기본이다. 그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유동성이다. 지금 돈이 넘쳐서 투기성 자본이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협의의 통화라고 하는 M1(현금통화+요구불 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기준으로 박근혜 정부 끝날 때 780조~790조원 정도였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서 1050조~1100조원이다. 30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얼마나 더 늘어나겠나? 그리고 늘어난 자금이 곳곳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부동자금이 늘어나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 마인드를 죽여버린 탓이다. 경제·산업 정책이 없다. 기업이 투자를 안 하니 돈이 (투기성 자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오_ 3년 반 전 문재인 정부 취임사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년에 10조원씩 도시재생에 쓰겠다’고 하더라. 도시재생은 공급 정책이 아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다. 그 결과 서울시에 남아 있는 건 변화가 아니라 벽화다. 이러니 서울 집값이 안 오를 수 있겠나? 가구는 계속 분화하고 소형주택 니즈는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안 되고 있다. 재건축도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전부 막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태생적 한계다. 정책을 정책이 아니라 정치로 바라본 원죄 때문에 생긴 필연적 결과다. 그런데 이걸 또 정치로 풀려고 한다.
 
김_ 이제 와서야 태릉 등에 공급 늘리겠다는 거 아닌가? 공급을 늘리는 건 맞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공급이 되기도 전에 주변 집값이 다 뛰어버린다. 참여정부 때에도 경기도 판교에 공급을 늘리면 분당이나 서울 집값이 내려갈 줄 알았는데 늦었더라. 유동성이 쌓여 있는데 공급을 늘린다고 하니까 주변 집값이 같이 올랐다.
 
오_ 유동성이 M2(M1+정기예·적금 및 부금+시장형 상품+실적배당형 상품+금융채+기타) 기준으로 3000조원이 시중에 풀려 있다. 그냥 있으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니까 돈이 가만있지 못한다. 이 돈이 다 어디로 가겠나? 그래서 내가 반값 아파트 공급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정부가 생각하는 반값 아파트와는 아주 다르다. 오세훈식 반값 아파트는 불로소득을 주지 않으며 주변 땅값이나 아파트 가격을 자극하지 않는 형태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아파트가 그것이다. 그리고 내가 서울시장 때 시행한 ‘시프트(sHift)’라고 불리는 장기전세 임대아파트다. 이런 형태의 물량을 몇천 가구 정도 공급해선 소용없다. 적어도 몇만 가구 이상이 서울에 앞으로 3~5년 이내에 풀린다는 확신을 소비자들에게 줄 때 시장은 심리적 안정 기조에 들어설 수 있다.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어야”

 
김_ 지금 정부처럼 산업·경제 정책이 없는 상태에선 주식에도 (실적 동반 없는) 버블이 생긴다. 금융시장만 커지지 실질적 산업과 실물경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문 대통령이 정책 경험이 있고, 진정성 있게 부동산 문제를 다뤄봤다면 유동성이 100조원만 늘어났어도 잠을 못 자야 한다. 과잉 유동성이 밀어닥치면 공급이고 뭐고 안 먹힌다. 얼마나 머리 아픈 일인가.
 
오_ 이제는 좀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리 바보라도 이 부동산 급등의 원인이 확장재정, 적자재정의 역습이라는 걸 체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하는 건 앞으로는 지난 3년처럼 쉽게 남의 주머니에서 돈 뽑아 쓰는 걸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기조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청와대 다주택자들의 처신을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김_ 오죽 답답하면 그런 짓을 하겠나.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놓고 그 책임을 개인의 투기 행위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는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의 화두가 청와대 다주택 공직자가 집을 파느냐에 쏠리면 안 된다. 프레임을 정부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조차 집을 안 파는 사실을 보고 대통령이 깨달았으면 한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시장의 힘, 돈의 힘이다. 시장과 맞서 싸워서 자기 뜻대로 권력을 밀어붙이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_ 초점을 흐리는 데 도사들이다(웃음). 쇼라고 생각한다. 매의 눈으로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국민 여러분은 바보가 아니다. ‘이 정부가 아직도 본인들의 정책실패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통합당도 집권을 위해 복지 확장 필연성에 눈을 떠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엔 재정지출 확대나 증세가 불가피할 텐데.
 
김_ 젊은 미래 세대는 직장을 잃을까 불안하고, 상대적 소득이 줄어들까 불안하고, 자식이 제대로 클까 불안하다. 그러면서도 (생각이) 자유롭다. 그분들의 욕망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결국은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 자유와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일정 수준의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오_ 통합당의 전신 정당들이 아버지와 같은 마인드로 국정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어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됐는데, 왜 난 여전히 고달픈가’라는 생각을 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국가적 성장이나 발전보다는 국민 한 명, 한 명이 성장의 과실을 내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느냐, 이것이 우리 당이 할 일이다. 조금 시각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다.
 
김_ 사회비 지출이 우리나라가 많은 게 아니다. 그런데 왜 많은 것처럼 느껴질까. 합리적으로 디자인해서 세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매표 행위에 가까운 지출을 하고 있다. 선거 때 되면 퍼주기식으로 하는 바람에 그렇게 보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처럼 청년들에게 마구잡이로 퍼주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안전망 확보에 장애 요인이 된다. 오히려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오_ 요즘 고민하는 것이 자산격차와 소득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실패한 것이기도 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여기에 김종인 비대위가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제가 해법으로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사실 안심소득제다. 그럼에도 굳이 기본소득제라는 용어를 쓰는 건 우리 당의 전술이라고 본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액수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안심소득은 어려운 분들일수록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에게 시뮬레이션을 의뢰해보니까 증세 없이 감당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실행하면 조세저항이 적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의 기본소득 안은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저항이 클 것이다.
 
김_ 기본소득은 극좌부터 극우까지 버전이 있다. 당이 어떤 길을 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오 전 시장이 얘기한 방식은 미국에서 우파 경제학에 해당하는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다.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은 ‘어떤 기본소득인가’라는 물음에 “프리드먼식은 아닐걸”이라고 답했다. ‘아니다’도 아니고 ‘아닐걸’이었다. 대체 뭘 생각한 기본소득인지 모르겠다. 사회 안전망을 높이는 방법으로 소비의 선택을 국민에게 맡기는 형태의 기본소득이 옳다고 본다. 우리가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안전망을 키운다면 증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퍼주기라고 비판만 하면 밀려나”

 
오_ 내가 ‘안심소득의 전사(戰士)’처럼 나서는 이유는 다음 대선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기본소득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선은 경험으로 볼 때, 뭔가에 홀린 듯한 몇 개의 이슈에 매몰돼 흘러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당이 기본소득에 대해 평소 분명히 생각을 정리해놓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방향으로 몰릴 수 있다. 내성을 만들어놔야 국민께 오해 없이 콘텐트를 전달할 수 있다.
 
김_ 증세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이야기하겠다. 일차적 방법은 시장의 자율성을 키우는 것이다. 규제를 풀고 기업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벌어서 세금을 더 내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우리 사회에 면세자 분들이 지나치게 많다. 그분들에게 많지 않아도 세금 내는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할 수 있도록, 아주 낮은 단계의 국민개세(國民皆稅)주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용감하게 말해야 한다.
 
오_ 계층이동 사다리를 조금 어려운 말로 유동성 지수로 표현한다. 한국 국민이 가장 좌절하고 있는 게 계층 상승에 대한 확률이 지극히 낮아졌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최하위 계층에서 중산층 정도로 올라가는 데 4.5세대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_ 존 롤스의 [정의론]에 나오는 ‘무지의 커튼’ 이야기가 있다. ‘내가 잘살게 될지, 네가 잘살게 될지 서로 모를 때, 네가 잘살게 되면 나에게 뭐를 해줄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가정이다. 이런 합의가 안 이뤄지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사는 세상이 된다. 다들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안전망에 대한 욕구가 크다. 안전망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퍼주기라고 비판만 하면 밀려난다. 우리가 어떤 형태로 사회안전망을 높일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없으면 안 된다.
 
오_ 그렇다. ‘당신 세대는 힘들어도 아들딸 세대에는 더 나아질 것인가’란 설문을 해보면 기대가 없다.
 
김_ 오히려 이런 상태라면 지금 젊은 세대는 아버지 세대보다 못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통합당 대선후보 공개경쟁 환영”

오_ 이제 절대적 빈곤율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개인에 대해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주는 정책이 1순위라고 본다. 그래야 상대방 실책 때문에 우리 지지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아, 그럼 당신네 당에 맡겨보자’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이 말한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가재·붕어·개구리로 하천에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사회’는 실상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일 것이다.
 
김_ 사람은 누구라도 잘살고 싶어한다. 명품가방·명품지갑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보편적 생각이다. 뭐라 할 수 없다. 이 잘살고 싶은 욕구가 클수록 누군가가 내 기회를 빼앗아가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부당한 혜택을 받으면 내 일처럼 느낀다. 젊은이들은 공정(公正)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소위 특권계층은 남의 것을 많이 뺏는다. 거기에 젊은 사람들이 격하게 분노하는 걸 봤다. 그 분노는 정당하다. 통합당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시대적 흐름에 맞게 중히 여겼으면 한다.
 
정치 이야기로 돌려보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해 진솔한 반성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오_ 제발 그 덫에서 벗어나고 싶은 입장의 표현이 아닌가로 이해한다. 우리는 이미 심판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유권자들은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이 대패하며 아직 탄핵이 정리가 안 된 것에 대한 반성과 인정이 반영된 행보라고 본다. 미래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 된 것이다.
 
김_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탄핵의 타당성 여부를 막론하고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탄핵 과정에서 무리한 부분도 있었다. 혐의를 필요 이상으로 덮어씌웠다. 그러나 우리가 정의롭지 못한 걸 사과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정의롭지 못한 걸 지적할 수 없다. ‘조국 사태’ 때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끌어오지 못한 건 당내에 불공정한 부분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과에 따른 조치가 앞으로 있어야 한다.
 
통합당 대선후보에 외부 인사 이름이 더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김_ 어떤 형태로든 국민이 살펴볼 수 있는 공개경쟁이 돼야 한다. 누가 누구를 점지하면 그 사람이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서 후보에 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방식이라면 좋다고 생각한다.
 
오_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과정 자체가 축제처럼 이뤄질 때, 대선 승리의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 사회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 녹취 정리 심민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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