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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참여가 세상 변화 만든다, 마음에 안 들면 출마하라”

중앙일보 2020.08.26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막을 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지난 20일 막을 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은 정치 유망주를 발굴하는 무대다. 2004년 7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전당대회에서 “담대한 희망”을 역설하고, 이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마마(당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가 그 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막 내린 올해 대회는 전국에서 선발한 차기 유망주 17명을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영상 메시지로 진행됐다. 이 중 유일한 아시아계는 샘 박(35) 조지아주 하원의원.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에 오른 첫 한국계 정치인이다.
 

샘 박 미국 조지아주 하원의원
한국계 첫 민주당 전대 기조연설
어머니 암 투병 계기로 정치 입문
“피부색보다 사람의 콘텐트 중요”

박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영광스럽고,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1980년대 초반 이민했다. 박 의원은 “싱글맘이었던 어머니는 내게 믿음과 가족, 노력의 중요함을 가르쳐줬다”면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가치들”이라고 말했다.
 
정치 입문은 어머니의 투병이 계기였다. 조지아주립대 로스쿨을 졸업 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지 몇 달 지난 2014년 12월, 어머니가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나 화학요법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4~6개월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건강보험(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일명 오바마케어가 희망이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올린 어머니 사진.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에 올린 어머니 사진. [페이스북 캡처]

박 의원은 “보험 덕분에 어머니는 병마와 싸울 기회를 얻게 됐다”면서 “남은 기간 고통 없이 보낼 수 있었고, 아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도 보셨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화학치료를 다니면서 건강보험은 생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화당 반대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 수십만 명을 위해 싸워야겠다고 결심하고 선출직에 도전했다.
 
1996년 이후 5차례 공화당 대선 후보를 뽑은 ‘적색 주(Red State)’인 조지아주에서 2016년 백인 3선 현역의원을 꺾고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주의회 역사상 민주당 소속으로 선출된 첫 아시아계 의원이며, 동성애자임을 밝힌 첫 의원이다. 어머니는 이듬해 돌아가셨다.
 
박 의원은 “승산은 희박했지만, 정치적 절차에서 무시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다양한 연합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수만 가구의 문을 두드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약속하고 받아낸 표다.
 
그는 “내가 당선된 이후 조지아주에서 첫 베트남계, 방글라데시계, 중국계, 필리핀계 지도자들이 선출됐다. 차세대 주자들이 힘을 합쳐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성 정체성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나.
“지역구의 인구 구성이 젊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봉사하고 장벽을 무너뜨리는 걸 사명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피부색이나 누구를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사람의 콘텐트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오바마는 기조연설 후 대선에 출마했다.
“내게 기회를 준 조지아주 유권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그들을 대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른 공직에 출마할 계획보다는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한국과 미국의 또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민주주의의 정치적 과정에 참여하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투표하고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라. 만약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공직에 출마하라.”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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