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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다 썼는데 어쩌나" 등교 중단에 아이도 부모도 눈물

중앙일보 2020.08.25 14:41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긴급돌봄교실에 등원 시키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긴급돌봄교실에 등원 시키고 있다. 뉴스1

"부모님께서 아이를 일주일에 사흘은 맡아주기로 했는데, 이제 나머지 이틀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네요." 
 
초등학생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한모(38)씨는 25일 발표된 수도권 등교 중단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3분의 1 등교' 방침에 맞춰 부모를 설득해 일주일에 3일을 맡기기로 했지만, 25일 전면 등교 중단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발표가 개학 후 갑작스레 나온 탓에 아직 대책을 마련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등교가 중단되자 이처럼 학부모들이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돌봄 교실 운영 계획을 밝혔지만, 학교 내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들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음 달 11일까지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등교를 중지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단, 고3만 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등교를 계속한다.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면 등교 중단 발표 이후 학부모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책을 고민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서울지역 학부모 커뮤니티 이용자(my10****)는 "2학기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면서 "이미 개학도 했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봐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퇴사를 고민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등교 중단은 다음달 11일까지로 예정돼있지만,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이모(40·서울 동대문구)씨는 "더는 친인척에게 손을 벌리거나 집에 아이를 혼자 두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1학기 때 아이가 등교한 후에 겨우 직장을 구했는데,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내 감염 증가에 돌봄 교실도 주저 

 
지난 4월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나와 EBS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나와 EBS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부는 학부모들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미 배정된 시·도교육청의 돌봄 예산을 먼저 활용하고, 추가경정예산과 예비비도 투입할 계획이다. 돌봄 참여 학생들에게는 점심밥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돌봄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학기 때와 달리 최근에는 학생·교직원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하루동안 학생·교직원 확진자는 26명 추가 발생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금은 교내 감염으로 보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고, 학생 감염자가 많아서 돌봄교실 참여율이 1학기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학부모 커뮤니티 이용자(dbs1****)는 "아이가 초등 저학년생이라 1학기 때는 돌봄 교실을 보냈지만,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걱정이 많다"면서 "돌봄 교실에 우리 아이만 가서 종일 혼자 있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감염 우려에 돌봄 교실 방역은 강화되고 있지만, 학생들의 거부감도 높아졌다. 책상 사이에 칸막이가 설치되고 교실서 대화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직장인 한모씨는 "돌봄 교실에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울면서 '종일 교실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마스크 쓰고 친구랑 놀지도 못한다'며 차라리 집에 혼자 있겠다고 했다"며 난감해했다.
 

"가족돌봄휴가 더 쓸 수 있어야"…추가 지원 목소리

지난 23일 경기 김포시의 한 학교 앞에 학무모와 아이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지난 23일 경기 김포시의 한 학교 앞에 학무모와 아이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부모들 사이에선 상반기에 시행한 가족돌봄휴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가족돌봄휴가 지원 기간을 다음 달 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하루 5만원씩 최대 10일을 지원하지만, 상반기에 이미 10일을 다 썼을 경우 휴가를 더 낼 수 없다.
 
직장인 남모(35)씨는 "학교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했다면, 직장인들에게도 함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당장 재택근무 전환이 어렵다면, 직장인들에게는 며칠이라도 돌봄 휴가를 더 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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