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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풍경 사진 잘 찍으려면 날씨 예측력 길러야

중앙일보 2020.08.25 13:00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27)

풍경 사진가는 날씨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고수는 날씨를 예측하는 ‘신통력’이 있습니다. ‘내일 새벽 양수리에 가면 물안개가 핀다’거나 ‘날이 맑아 함백산에 오르면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남한산성에 오르면 노을이 좋겠다’ 등등. 심지어 무지개가 뜨는 것까지 예측합니다. 물안개·노을·운해·무지개 같은 기상현상은 일기예보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으로 날씨의 패턴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풍경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천기를 읽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을 찍으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날씨 뿐 아니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 풍광의 모습을 꼼꼼하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그림으로 그려 두는 것도 좋습니다. 또 자신만이 알고 있는 풍경사진의 포인트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물안개 피는 풍경을 아주 좋아합니다. 물안개는 호수나 강, 바다 표면 가까이에 아주 미세한 물방울이 안개처럼 뿌옇게 떠 있는 현상입니다. 주로 이름 봄이나 늦가을 일교차가 큰 날 이른 아침에 자주 발생합니다. 물안개가 많은 날은 야외 온천에서 김이 오르듯 솟아오릅니다. 바람이 불면 구름처럼 몰려 다니며 지표면을 뒤덮습니다.
 
여름 물안개는 주로 장마철 습도가 아주 높은 날 새벽에 나타납니다. 또 늦은 오후 소나기가 쏟아진 다음에도 자주 생깁니다. 여름 물안개는 수분 함유량(습도)이 높아 짙고, 낮게 깔립니다. 유독 색깔이 뽀얗고 아름답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장마철 이른 아침에 찍은 두물머리 일대의 풍경입니다. 비가 그치자 뽀얀 물안개가 산과 강을 뒤덮으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사진 여름 물안개, 2020. [사진 주기중]

사진 여름 물안개, 2020. [사진 주기중]

 
지구가 탄생한 이후 단 하루도 같은 날씨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유형의 ‘패턴’은 반복됩니다. 기상청의 수퍼 컴퓨터라는 것도 결국 기온·습도·풍속·지형 등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그 패턴을 수식화 하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기상현상의 패턴을 읽습니다. 날씨에 대한 예지력이 생깁니다. 이는 풍경사진을 찍는 데 아주 큰 자산이 됩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 화가이자 이론가인 곽희(郭熙, 1020?-1090?)는 그의 저서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계절별로 매우 세세하게 기록했습니다. 구름과 비, 눈을 묘사한 대목을 볼까요.
 
‘실제 산수의 구름기운은 네 계절이 같지 않다. 봄에는 수증기가 위로 오르게 보이고, 여름에는 자욱하고 왕성하게, 가을에는 성글고 얇게, 겨울에는 어두컴컴하고 담담해 보인다…(중략)…비 지나가는 여름 산, 비 내릴 듯한 짙은 구름, 별안간 부는 바람과 쏟아 붓는 듯한 비가 있고, 또 회오리 바람과 쏟아 붓는 듯한 비, 여름 산에 비 그치고 구름 돌아감, 여름 비가 계곡에 폭포처럼 뿌림…(중략)…겨울에는 눈이 내릴 듯한 찬 구름, 음침한 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 음침한 겨울에 내리는 싸락눈, 빙글빙글 도는 바람과 회오리 치면서 내리는 눈, 산골 물 위에 내린 적은 눈, 사방이 시냇가이고 멀리 눈 내리는 광경, 눈 내린 후의 산 가, 눈 속의 어부 집, 배 떠날 준비를 하면 술을 삼, 눈을 밟으며 멀리 술 사러 감, 눈 온 시냇가의 평원 경치가 있고, 또 바람 불고 눈 내리는 평원경치, 산골 물 끊어지고 소나무에 눈덮힘, 소나무들이 있는 집에 취한 듯 마구 내리는 눈, 강가 정자에서 바람을 읊조리며 시를 짓는 모습 등이 있는데 모두가 겨울경치의 제목이 된다(『중국화론선집』, 김기주 역, 미술문화, 2012).’
 
일대를 풍미한 위대한 화가 답게 관찰력이 뛰어납니다. 바람 불고 비가 오는 여름 풍경과 눈 내리는 겨울 서정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기록의 힘이 놀랍습니다. 평소 천기를 읽고 그 경험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쌓은 흔적이 보입니다. 구름·바람·눈·비 등 산수화의 다양한 소재를 계절별로 정리하고 패턴화 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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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필진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 '찍는 건 니 맘, 보는 건 내 맘' 이라지만 사진은 찍는 이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매체다. 중앙일보 기자로 필드를 누볐던 필자가 일반적인 사진의 속살은 물론 사진 잘 찍는 법,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 삶 속의 사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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