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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집안싸움’ 장남도 가세…누나·장남 vs 차남 구도로

중앙일보 2020.08.25 11:50
한국타이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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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모기업) 후계 구도를 둘러싼 2세들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장남 조현식(50) 부회장이 25일 누나 조희경(54)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동참하기로 하면서다.
 

[뉴스분석]

형제간 갈등은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48) 사장에게 보유 지분(23.59%·2194만주) 전부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한 달 뒤 조 이사장은 “회장님(아버지)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원에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장남·장녀 vs 차남 대립 구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장남 조현식(왼쪽)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장남 조현식(왼쪽)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 회장의 지분 매각 이후 재계에선 장남 조 부회장이 누나와 함께 법적 절차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누나의 성년후견심판 청구 이후 법률 대리인을 정해 숙고하던 조 부회장은 결국 동생과의 소송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동생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은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의미인데, 이 결정이 아버지의 뜻이 맞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이날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누나의) 성년후견심판 청구 이후 많은 고민을 해 왔지만, 회장님(아버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차남에게 지분 매각)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이어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본인뿐 아니라 그룹과 주주, 임직원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 절차 내에서 전문가 의견에 따라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이자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족 문제로 주주 및 임직원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가족 간 대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양래 회장은 장녀의 성년후견심판 청구 이후 낸 입장문에서 “주식 매각 건은 조현범 사장이 충분한 (후계)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하고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둔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운동을 하는 등 나이에 비해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못 박았다.
 

조 회장 측 “아버지 건강 이상 없다” 

장남 조 부회장이 누나와 ‘공동 전선’을 펼치기로 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희경 이사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변호사는 “조 부회장의 성년후견심판 참여에 대해서는 조 이사장과 충분히 공감한 끝에 내린 결정인 것으로 안다”며 “이번 절차는 아버지의 뜻에 반하거나 형제간 다툼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가능한 한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회장님의 건강은 지난번 입장문을 낸 것처럼 이상이 없고, 숙고 끝에 최대주주를 결정하신 것”이라며 “형제간 다툼으로 비화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성년후견심판 절차 오래 걸릴 듯 

쟁점은 조 회장의 지분 매각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 것인지 가리는 게 될 전망이다. 현재 성년후견심판 절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비슷한 분쟁을 겪은 롯데그룹의 경우 2016년 법원이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정신건강을 검증한 결과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된다”며 한정 후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국타이어의 R&D센터인 테크노돔 전경.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R&D센터인 테크노돔 전경. 사진 한국타이어

지난 7월 조 회장의 입장문에 관여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고위 인사는 “직접 회장님이 구술한 내용을 정리했고, 조사와 표현까지 회장님이 수정하셨다”며 “회장님의 정신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정신건강과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후계자로 차남을 낙점한 게 사실이라는 주장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10년 전부터 업계의 주요 행사에 차남과 참석했고,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둘째 아들의 경영 능력이 검증됐다”고 수차례 얘기했다”며 “형제들도 이런 뜻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수요 감소와 코로나19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형제의 난’이 본격화할 경우 경영 위기가 가속할 수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인 한국타이어는 지난 2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3.6% 감소한 701억8900만원에 그쳤다. 2016년 1분기 2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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