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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연기 위약금 면제? “대신 계약금 올리자” 판치는 꼼수

중앙일보 2020.08.25 05:00
19일 수도권의 한 예식장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스1

19일 수도권의 한 예식장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지난주 예정됐던 결혼식을 연기한 윤모씨는 예식장 계약서만 세 번 작성했다. 결혼식을 미룰 때마다 계약금은 비싸졌다. 윤씨는 올라간 계약금만큼 추가로 돈을 납부해야 했다. 윤씨는 "코로나만으로도 억울한데 예식장에서도 '배째라'고 나오니 화만 난다"고 했다.

 

"위약금 없지만, 계약금 추가로 내라"

24일 예식업계 등에 따르면 위약금을 면제하면서도 계약금을 올려 받아 돈을 더 내게 되는 예비신랑‧신부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예식업계의 결혼식 연기 위약금 면제가 일반화되는 추세지만 일부 업체의 ‘꼼수’ 영업 탓이다. 20일 예식업중앙회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위약금 없이 결혼식 날짜를 미룰 수 있게 해달라는 공정거래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인 이후의 일이다.
 
당초 윤씨는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예식장과 계약해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 19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결혼식을 지난 22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면서 예식장 참석 인원이 49명으로 제한되는 등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 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식당이 텅 비어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 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식당이 텅 비어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스1

그는 12월로 결혼식을 한 차례 더 연기했다. 4월 결혼식까지 200만원이었던 계약금은 1차 연기 때 90만원이 올라 290만원이 됐다. 최근 예식을 또 한 번 연기하면서 계약금은 390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올라간 계약금만큼 추가로 에식장 측 계좌로 이체해줘야 했다. 업체 측은 윤씨에게 “새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취소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날짜 옮기자…"성수기라 돈 더 내야"

8월 예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성수기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호텔 예식장에서 22일 예정됐던 결혼식을 내년으로 미룬 예비신부 김모(32)씨는 예약 변경에 따른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했다. 예약 가능한 시간대에서 선택하니 예식장 측이 ‘성수기 시간대’라는 이유로 비용을 추가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결혼식 연기에는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정부가 권고하고 있지만 우회 경로로 사실상의 위약금이 매겨지는 셈이다. 예식 참석 가능 인원이 50명 미만으로 제한돼 통상 수백명에 달하는 최소 보증인원을 놓고 업체와 예비부부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게시판에는 “대책을 마련해달라”, “구체적인 지침을 달라”는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예식업계 "부담 커…우리도 피해자"

예식업계도 코로나 19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서울의 한 웨딩홀 관계자는 “예비신랑‧신부만 집합금지 제한으로 인한 피해자가 아니다”며 “손해를 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예식 연기가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는 고객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하루 이틀 전에 갑자기 식을 취소하면 식자재나 인건비 손해까지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 이날 예정된 결혼식이 모두 취소돼 안내문만 세워져있다. 정진호 기자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 이날 예정된 결혼식이 모두 취소돼 안내문만 세워져있다. 정진호 기자

또 다른 예식업체 관계자도 “8,9월 예정된 결혼식 중 약 70%가 취소되거나 미뤄졌다”며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모두 업체에서 감당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위약금을 받지 말라’고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부담 완화 대책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예식‧외식‧여행‧항공‧숙박 등 업계와 논의해 감염병 관련 분쟁해결 기준과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등 대규모 감염병 유행 시 예약 연기 위약금을 어떻게 부담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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