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세상 읽기] 플랫폼 통행료

중앙일보 2020.08.25 00:08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자사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앱의 판매 금액에서 30%를 가져간다. 이들이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시장이자 판매루트이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은 별 말 없이 이 비용을 지불해왔다.
 
그런데 2주 전 세계적인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제작한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플랫폼에서 일괄적으로 떼어가는 30%의 수수료를 낼 수 없다며 이를 우회하는 구매기능을 만들었다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쫓겨났다. 이는 치밀하게 계획한 ‘작전’에 가깝다. 에픽게임즈는 스토어에서 퇴출 당하자마자 제작해두었던 영상을 공개하며 애플의 독점을 비난하는 여론전에 들어갔다. 공론화해서 플랫폼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 같은 대형업체가 반기를 들자 다른 기업도 동참을 선언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대형 매체들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것. 특히 애플이 아마존 같은 대형기업에게는 수수료를 대폭 낮춰주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기업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애플, 구글이 짓지 않았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길이니 비싼 통행료를 내왔던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고, 세상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제 모바일 플랫폼은 추가적인 판매루트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거나 (업체에 따라서는) 유일한 판매루트다. 그 사이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의 제국이 되었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업체들은 새로운 룰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플랫폼이 얼마나 양보할까? 지켜볼 일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