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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모델링] 퇴직하는 임원에 위로금 주려면 정관 바꿔야

중앙일보 2020.08.25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경기도 안성에서 의약외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하는 박모씨.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발판 삼아 10년 전 법인을 설립했다. 초기 몇 년간은 매월 직원들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주기도 벅찼다. 창업 초기 자금 대부분은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사업을 이끌어왔다. 다행히 오로지 기술개발을 목표로 창업 초기부터 함께 준 직원들 덕분에 3년 전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새로 개발한 체중 감량 관련 상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게 되면서 성장세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변변치 못한 처우에도 이탈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성공할 때까지 함께해 준 직원들이 고맙다.
 

설립 10년 의약외품 생산 회사
연봉 2배 넘는 퇴직금 고율과세
‘퇴직금 주주총회가 정한다’를
‘보수 규정에 의한다’로 수정해야

최근 설립 초기부터 함께 고생했던 부사장급 임원이 건강 악화 때문에 퇴사 의사를 밝혀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퇴직금을 넉넉하게 챙겨 주려고 했다. 회사 정관에도 임원 퇴직금 문구가 있으니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정관이나 변경등기, 노무제도 등 각종 근거 규정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섣불리 추진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참에 조직구성을 재정비하고, 회사 설립 당시 잘 모르고 만들었던 회사 정관을 고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상담을 구했다.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곧바로 성장 가도를 걷는 일은 흔치 않다. 박씨 회사처럼 상당 기간 회사를 근근이 유지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맞아 사업이 순항하면서 성장세에 올라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설립 초기에는 회사가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하기 힘들어 정관에 아주 기본적인 필수사항만 기재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리모델링 8/25

비즈니스 리모델링 8/25

정관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기업활동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어야 한다. 정관이 급하게 변경됐거나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개정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세당국의 추적 대상이 될 수 있다. 정관이 자주 변경되면 부당행위에 따른 손금불산입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거나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임원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회사의 정관에서 관련 규정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창립 멤버의 공로를 인정해 추가로 퇴직위로금을 더 주는 데 문제가 없는지 두루 검토해야 한다. 임원 퇴직금과 관련한 소득세법상 법인에서 얼마까지 비용 처리가 가능한지, 퇴직금 수령자의 입장에서 납부할 세금 규모는 어떠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올해 개정된 세법에 의하면 임원 퇴직금은 퇴직 전 3년 평균급여액의 2배수를 초과할 수 없다. 평균 연봉의 2배수까지만 퇴직소득으로 인정돼 퇴직소득세가 부과되고, 나머지 초과분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가 매겨진다는 의미다. 퇴직소득세는 근로소득세에 비해 세 부담이 훨씬 가볍다.
 
예외적으로 퇴직위로금까지 지급하려면 정관에 관련 규정과 주주총회 결정 등 소명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야 법인의 손비처리가 가능함은 물론, 세무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만약 해당 임원이 등기이사이면 비상장법인 등기이사의 사업절차와 규정에 맞게 후속 조치를 취하고 등기변경 여부도 살펴야 한다. 자칫 등기를 게을리했다가는 법원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 회사의 정관에는 임원 퇴직금에 관한 규정이 ‘퇴직금은 주주총회가 정하는 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한다’라고만 두루뭉술하게 언급되어 있다. 이를 ‘임원보수규정’과 ‘임원퇴직금규정’에 의한다고 정관을 고치고 구체적인 금액이나 배수는 별도 문서로 기재해 보유하도록 하자.
 
창립 멤버인 부사장에게 지급할 퇴직금은 3억원가량인데, 이중 퇴직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억5000만원이고, 나머지 5000만원은 상여금으로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임직원의 조직구성을 재정비하기 전에도 정관을 먼저 살펴야 한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 통상임금, 근로조건 개선, 근로감독 강화에 따라 기업과 직원 간의 노무 분쟁 사례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규칙 등 노무제도를 꼼꼼히 정비하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만일 근로기준법에 적합하지 않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임금대장은 무효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
 
법인의 정관과 노무제도는 실제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제도 정비가 안 된 상황에서 문제가 터지면 기업을 제대로 방어하거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  상담=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1670-2027, center@joongangbiz.co.kr)로 연락처, 기업현황, 궁금한 점 등을 알려주시면 기업 경영과 관련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호익, 조철기, 이윤환, 최영석(왼쪽부터)

이호익, 조철기, 이윤환, 최영석(왼쪽부터)

◆  도움말=이호익 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회계사, 조철기 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변호사, 이윤환 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전문위원, 최영석 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팀장
 
◆  후원=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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