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의 백신 도박? 임상 건너뛰고 내달 승인 가능성

중앙일보 2020.08.25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23일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승인했다는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장(오른쪽)의 발표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23일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승인했다는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장(오른쪽)의 발표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중국에 이어 미국 정부가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이르면 9월 말 긴급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 “미국인 대상 임상 안할 듯”
FT도 “대선 전 긴급사용 승인”

FDA, 일요일 오후 이례적 성명
공화당 전대 전날 혈장치료 승인

NYT와 F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당시 메도스 비서실장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을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승인할 경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전성을 무시했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두 신문은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영국·브라질·남아공에서 백신 2상·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원들은 이르면 9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3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지원자 등록을 받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통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백신 승인을 내준다. NYT의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절차를 건너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걸 의미한다. 미국 코로나19 대응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정상적인 임상시험 절차를 전제로 백신 상용화 가능 시점을 내년 초로 예상했다.
 
FT도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10월께 긴급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NYT에 메도스 비서실장과 므누신 장관이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외국의 임상시험에만 근거해 승인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미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의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트위터에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미 FDA 내부에 11월 3일 대선 전까지 백신 임상시험을 위한 자원봉사자 확보를 어렵게 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FDA는 23일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브리핑을 자청해 “우리가 고대해 오던 아주 대단한 날”이라면서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모든 미국인이 혈장을 기부해 주길 촉구한다”며 관련 정부 사이트를 소개했다.
 
FDA는 이날 성명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7만 명이 혈장 치료를 받았고, 이 중 2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치료 안정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FDA 발표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FDA가 일요일 오후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공화당은 24~27일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한다. 2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300여 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지명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2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수락 연설에 이어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전대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자녀 등 가족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이 지지 연설에 나선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