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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명씩 세미나식 온라인 수업, 몇 번 발언했나까지 체크”

중앙일보 2020.08.25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벤 넬슨

벤 넬슨

코로나19로 대학 교육이 혼돈에 빠지자 미국의 ‘혁신 미래대학’ 미네르바스쿨이 조명받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의 모든 수업은 비대면 원격 강의다. 2014년 개교 당시부터 강의실과 캠퍼스를 없앴다. 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세계 7개국(미국→한국→인도→독일→아르헨티나→영국→대만)의 호텔을 기숙사 삼아 돌아다니면서 각국 문화와 생활방식을 배우는 ‘글로벌 로테이션’을 수행한다. 이 같은 파격적인 커리큘럼 때문에 ‘대학계의 스타트업’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으로 불린다.
 

미네르바스쿨 설립자 벤 넬슨
캠퍼스·강의실 없앤 비대면 ‘원조’
4년간 7개국 순환 파격 커리큘럼

“수업 참여도 높일 50개 기능 갖춰
교수는 학생 의견 끌어내는 역할”

미네르바스쿨이 코로나 시대 대학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이 학교의 설립자 벤 넬슨과 e메일로 단독 인터뷰했다.
 
코로나19로 수업에 지장은 없었나.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나라별 방역 조치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의 글로벌 로테이션은 한 달 일찍 마쳤다. 대신 원격 포럼 형태의 새로운 시도를 했고,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대만 학생들이 차이잉원 총통과 오프라인 포럼을 열고, 다른 나라에 있는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함께 참여해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미네르바스쿨이 자체 개발한 원격교육 플랫폼 ‘포럼’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원활한 수업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학습 기능 50가지가 탑재돼 있다. [미네르바스쿨 사이트 캡처]

미네르바스쿨이 자체 개발한 원격교육 플랫폼 ‘포럼’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원활한 수업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학습 기능 50가지가 탑재돼 있다. [미네르바스쿨 사이트 캡처]

원격 수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수업의 녹화본’을 재생하는 인터넷 강의가 아니다. 포럼의 수업은 최대 19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생방송 소규모 세미나라고 보면 된다. 10여 명이 듣는 수업이 가장 많다. 학습 효과를 높이고 학생의 수업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50여 가지 기능이 있다. 예컨대 수업 중 그룹별 토론이 필요한 경우 랜덤으로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준다. 즉석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기능도 있다. 학생별로 몇 번 발언했는지 등을 계산해 수업 참여도를 정량적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원격 수업에서 교수의 역할은 뭔가.
“미네르바의 학생들은 수업 전에 관련 자료를 읽고 미리 지식을 습득해온다. 전체 수업 시간 중 교수의 발언 시간은 15%가 채 안 된다. 교수는 수업 중에 학생들의 의견을 촉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포럼의 다양한 학습 기능을 활용해 참여도가 낮은 학생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 토론의 방향을 깊이 있게 이끌어간다.”
 
미네르바스쿨의 학생은

미네르바스쿨의 학생은

이를 실험이 필요한 이공계 대학에서도 적용할 수 있나.
“물론이다. 과학의 본질은 사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실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과학의 프로세스를 적용해보면서, 과학적인 추론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수업 중에는 실생활과 관련된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법, 이것을 시각화·맥락화·해석하도록 가르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의 본질을 깨달아갈 수 있을 거다.”
 
지난해 5월 첫 번째 학부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들은 어떤 진로를 택했나.
“첫 졸업생 106명 중 94%가 정규직으로 취업하거나 하버드·케임브리지를 포함한 최고의 대학 석사·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16% 정도는 구글·트위터·우버·레이저 같은 곳의 기술 부문에 취업했다.”
 
20~30년 뒤 미래 대학 교육은 어떨까.
“미네르바스쿨이 곧 미래 대학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대해 좀 더 냉철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대학이 교육 효과를 입증해내지 못하면, 교육 당국은 자금 지원을 끊고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대학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자유롭게 정하되, 스스로 정한 교육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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