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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신발 한쪽 앞 밑창만 많이 닳았나요? 뇌졸중 조기 경보일 수도

중앙일보 2020.08.24 00:05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걸음걸이로 점검하는 건강 체크 포인트 걸음걸이는 전신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걸을 땐 두 다리의 근육만 사용하지 않는다. 뇌부터 다리까지 연결된 근골격계·신경계·심혈관계가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걸음걸이 변화는 내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다. 달라진 걸음걸이로 질환도 예측할 수 있다. 아프지 않아도 보폭이 줄어 종종걸음으로 걷는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 종아리가 저려 500m 이상 걷기 어렵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이유로 건강 이상설이 확산하고 있다.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되는 걸음걸이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평소 급하지 않아도 종종걸음
파킨스병의 전형적 초기 증상
걸으려고 일어서면 무릎 통증
퇴행성 골관절염 생기기 쉬워

1 보폭 좁아져 종종거리며 걷는다

 
전형적인 파킨슨병 초기 증상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결핍으로 운동·균형 감각이 떨어져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진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면서 두 다리를 벌리는 보폭이 좁아져 종종거리며 걷는다. 걸을 때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섬세한 동작 연결이 어려워 첫발을 떼기 어렵고, 걷는 도중 방향을 바꾸려면 멈췄다가 걷는다. 일단 걷기 시작하면 잘 걷지만, 점차 보행속도가 빨라지면서 뛰는 것처럼 이동한다. 파킨슨병이 더 진행하면 걸을 때 발이 땅에 달라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다리를 끌며 이동하는 등 보행장애가 심해진다. 몸통도 뻣뻣하게 경직되면서 앞으로 쏠려 자주 넘어져 다친다.
 
 

2 술에 취한 듯 좌우로 휘청거린다

 
목의 척수신경이 눌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경추 척수증 등 목뼈(경추)의 퇴행성 변화로 팔다리 움직임을 관장하는 척수신경을 압박해 양다리의 근력이 약해지고 균형 감각이 떨어져 좌우로 휘청이듯 걷는다. 앞뒤로 흔들리는 파킨슨병이나 한쪽만 마비되는 뇌졸중과는 걷는 모양이 다르다. 평소처럼 걷는데 주변에서 ‘술을 많이 마셨냐’며 묻는 등 걸음걸이 이상을 먼저 감지한다. 질병 진행 속도가 느려 스스로 휘청인다고 느꼈을 땐 중증인 상태다. 손 감각도 둔해져 젓가락질이 힘들고 물건도 자주 놓친다. 목을 지나는 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통증이 없어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배뇨장애, 하반신 마비로 악화할 수 있다.
 
 

3 8차로 횡단보도 제때 못 건넌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신체 노화로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시력이 떨어지면서 조심스럽게 이동하려고 걷는 보행속도가 느려진다. 그런데 보행속도가 남과 비교해 느리다면 건강 악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장일영 교수팀이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2014~2017년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8명의 보행속도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국제 기준(초당 0.8m)보다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의 사망률은 정상 그룹의 2.54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59배 높았다. 이 둘을 포함해 전반적인 건강 악화 위험도는 2.31배다. 참고로 8차로(편도 4차로)의 횡단보도를 제 신호에 건너려면 국제 기준보다 다소 느린 초당 0.741m씩 이동해야 한다. 한국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기본 보행 시간 7초에 1m당 1초씩 적용한다. 만약 8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가 바뀌거나 간당간당하게 건넌다면 보행속도가 현저히 느린 것이다. 보행속도가 느려질수록 치매가 가속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4 짧은 거리도 걷다 쉬기 거듭한다

 
척추관협착증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 간헐적 파행이다. 500m든, 1000m든 일정 거리 이상 걸으면 허리부터 종아리·발바닥까지 당기고 저리듯 아파 쪼그리고 앉아 잠시 쉬어야 한다. 계속 걷고 싶어도 통증이 심해 걸을 수 없다. 척수신경을 감싸고 있는 허리의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통증이 없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차 짧아진다.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며 걷는 것도 어려워한다. 허리를 숙이면 좁아졌던 척추관이 살짝 넓어져 통증이 덜하다. 매우 짧은 거리도 걷다 쉬어 가길 반복해야 해 일상이 불편해지고 꼬부랑 노인처럼 땅만 보고 걷게 된다.
 

5 무릎이 아파 절뚝거리며 걷는다

 
무릎을 완전히 굽혀 양반다리로 생활하는 한국인에게 흔한 걸음걸이다. 양쪽 엉덩이뼈가 바깥으로 벌어지면서 바깥쪽 무릎 연골이 집중적으로 닳는 퇴행성 골관절염이 생기기 쉽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괜찮다가 걸으려고 땅에 발을 디디면 전신의 체중이 무릎에 실리면서 통증을 호소한다. 반복적으로 무릎을 구부리고 펴면서 걷는 내내 쑤시고 아프다. 엉덩이·무릎·발목으로 이어지는 다리뼈 정렬도 흐트러져 있어 걸음걸이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힘들어 해 옆으로 몸을 튼 다음 한 걸음씩 걷는다. 심해지면 평지를 걸을 때도 덜 아픈 부위로 걸으려고 절뚝거리며 이동한다.
 
 

6 신발 한쪽의 앞 밑창만 유독 닳는다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보행이다. 뇌의 근육·신경 지배 능력이 약해져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 오른쪽 뇌가 손상됐다면 왼쪽 팔다리가, 왼쪽 뇌를 다쳤다면 오른쪽 팔다리의 감각·운동 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보행할 때 사용하는 하체 근육의 경직성 마비로 발뒤꿈치 대신 발 앞쪽이 먼저 지면에 닿는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 앞쪽이 지면에 닿은 채로 원을 그리듯 다리를 회전하면서 걷는다. 뇌졸중 증상이 경미했다면 정상적으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발 앞부분이 심하게 닳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도움말=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장원혁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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