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9번까지 번호표 건 하객만 결혼식 지켜봤다…텅 빈 예식장

중앙일보 2020.08.23 17:19
 
23일 서울의 한 예식장의 연회장에 결혼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당초 칸막이를 설치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뷔페 운영이 금지됐다. 정진호 기자

23일 서울의 한 예식장의 연회장에 결혼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당초 칸막이를 설치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뷔페 운영이 금지됐다. 정진호 기자

 
23일 서울 강북의 한 결혼식장. 20개의 원형 테이블마다 의자가 9개씩 놓여 있었지만 몇 개의 테이블에만 하객이 띄엄띄엄 앉아있고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장 가운데서 식을 진행했지만 하객들이 들어차지 않은 텅 빈 식장 안은 썰렁했다.
 

49번까지 있는 번호표 목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으로 결혼식장 참석자가 49명으로 제한됐다. 이날 예식이 진행된 곳에선 하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혼식장에 50명 이상이 모이는 게 금지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업체 측에서 49번까지만 번호표를 만들어 배부했다. 하객들은 번호가 써진 종이가 달린 목걸이를 매고 결혼식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또 다른 예식장도 번호표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입장 인원을 셌다. 5m 길이의 벤치형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명으로 제한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49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 하객들에게 1번부터 49번까지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며 “그런데 40번대 번호표가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신랑‧신부의 가까운 친인척과 소수의 지인만 참석하다 보니 대부분 30번대에서 입장객이 끊겼다고 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 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하객들이 온라인 화면으로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모든 하객은 입구에서 QR코드로 방문자 명단을 확인하고 발열 체크를 했다. 실내시설에 50명 이상이 모이지 못하게 한 지침에 따라 식장 안에는 49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며 뷔페식으로 제공되던 식사는 답례품 등으로 대체됐다. 2020.8.23/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 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하객들이 온라인 화면으로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모든 하객은 입구에서 QR코드로 방문자 명단을 확인하고 발열 체크를 했다. 실내시설에 50명 이상이 모이지 못하게 한 지침에 따라 식장 안에는 49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며 뷔페식으로 제공되던 식사는 답례품 등으로 대체됐다. 2020.8.23/뉴스1

뷔페 금지…식사 대신 답례품

뷔페식으로 하객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도 운영이 중단됐다. 뷔페가 고위험시설 중 하나로 지정된 탓이다. 서울의 한 예식장은 하객이 모여 식사를 하는 연회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결혼식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올해 초 코로나 19 확산 이후 좌석마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음식을 제공해왔지만, 그마저도 금지되면서 스크린으로 결혼식을 지켜볼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자리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결혼식에 온 사람들에게는 식사 대신 와인 등이 답례품으로 제공됐다. 축의금을 낸 뒤 신랑 또는 신부 측과 인사하고 답례품만 받아서 가는 하객이 대다수였다. 이날 결혼식을 진행한 신부 측 가족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식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어 예정대로 식을 진행했다”며 “더는 예전처럼 결혼이 떠들썩한 잔치는 아닌 것 같다. 친한 지인 대부분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결혼식 절반 이상 취소·연기"

지난 19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수도권 예식장의 결혼식 대부분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예식장은 웨딩홀 두 곳에 예약돼있던 결혼식 중 70%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예식업체 관계자는 “8월과 9월 예정된 결혼식의 50% 이상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며 “어쩔 수 없는 것을 알아 위약금은 받지 않지만, 몇 달 동안 적자가 쌓이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6개 예식장 중 세 곳에선 아예 결혼식이 열리지 않았다.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 이날 예정된 결혼식이 모두 취소돼 안내문만 세워져있다. 정진호 기자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 이날 예정된 결혼식이 모두 취소돼 안내문만 세워져있다. 정진호 기자

코로나 확산 계속…"끝이 언제냐"

이달까지 예정된 2단계 거리 두기가 연장될 수 있어 예비 신랑‧신부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3일 연속으로 300명 이상이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10월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모씨는 “예식까지 아직 두 달여가 남긴 했지만,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거리 두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해 심란하다”며 “특히 250명으로 계약한 보증 인원을 업체 쪽에서 50명밖에 줄여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당구장, 음식점 등은 규제를 안 하면서 결혼식은 과하게 옥죄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