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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양제츠의 동상이몽.. 한·중 회담에 숨겨진 3가지 코드

중앙일보 2020.08.23 17:19

“좋은 대화를 나눴다.”

 
2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 간의 회담 직후 보인 양측의 공통 반응이다.
 
청와대에서는 6시간에 걸친 만남에 대해 “회담은 성공적이었다”, “중국이 한국을 절실하게 여긴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라는 말이 나왔다. 중국 측도 “두 사람의 밝은 표정에 회담 결과가 반영됐다”고 반응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청와대 브리핑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합의'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한국의 지렛대 : 미ㆍ중 갈등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양 위원은 최근 미ㆍ중 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ㆍ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에 최소한 중립을 지켜달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에 대해 서 실장은 “미ㆍ중간 공영과 우호 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서명과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언급했다. RCEP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고, 일대일로는 미국을 제외한 국제경제 협력 구상이다. 미국은 이 두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양자가 의견을 교환하고 폭넓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중국은 한국 외교 노선의 무게추가 미국으로 완전히 기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주한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23일 회담 성과와 관련해 “한국이 한국을 위한 외교를 펼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과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과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에서 양 위원의 해외 방문은 6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하와이에서 만난 것을 빼면 이번이 유일하다”고 했다. 중국이 급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중 갈등으로 화웨이 제재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이같은 제재 움직임에 동참할 경우 중국은 산업 전반에 타격이 극심해진다"며 “회담에서 서 실장이 이를 잘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의 지렛대 : 북한과 경제

 
서 실장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교착에 빠진 대북 문제를 푸는데 중국이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20일 북한 평양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무개차에 올라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해 6월 20일 북한 평양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무개차에 올라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서 실장은 이어 코로나 상황과 관련 항공편 증편과 비자 발급 대상자의 확대를 당부했다. 중국은 한국의 1위 교역 대상국이다. 
 
양 위원은 “한국의 적극적 노력을 평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지속적 소통과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며 “서로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의 동반자로서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답했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방위비 협상 등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과 관련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지를 타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통 지렛대 : 시진핑 주석 방한

 
유일한 합의 사안은 “코로나 19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킨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23일 베이징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3일 베이징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연합뉴스]

청와대가 자신했던 연내 방한은 못 박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날짜를 특정하는 것은 매우 민감하고 위험하다”며 “특히 코로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발표에는 시 주석의 방한 관련 언급 자체가 없다. “고위층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는 내용뿐이다. 중국 측은 “나라별로 외교 사안의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청와대의 발표도 문제제기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발표 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유사한 의미로 보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한국이 중국 편에 섰다는 의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연말 한국에서 열리는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방한이 이뤄지면 한ㆍ중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방한이 리 총리 방한 이후가 될 거란 말이 나온다.
 
특히 11월 3일에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 대중국 강공책을 펴온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도 시 주석 방한 일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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