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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버린 기술, SKT는 알아봤다…나녹스 상장첫날 20%↑

중앙일보 2020.08.23 16:21
이스라엘 의료벤처기업 나녹스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인 디지털엑스레이 촬영 장비 '나녹스.아크'. SK텔레콤이 나녹스의 2대 주주로 전략 투자해 한국에 '나녹스.아크'의 주요 부품 공장이 설립된다. [SK텔레콤 제공]

이스라엘 의료벤처기업 나녹스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인 디지털엑스레이 촬영 장비 '나녹스.아크'. SK텔레콤이 나녹스의 2대 주주로 전략 투자해 한국에 '나녹스.아크'의 주요 부품 공장이 설립된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삼성도 성공 못한 의료장비 사업에서 대박을 쳤다.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참여한 이스라엘의 의료장비 기술기업 나녹스가 21일(미국 현지시간 기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이날 주가는 상장가 18달러에서 종가 21.7달러로 20.56% 급등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 가운데 나녹스를 발굴하고 기술 검증을 거쳐 투자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나녹스에 2300만달러(273억원)를 전략 투자해 주식 260만7466주를 확보한 상태다. SK텔레콤의 나녹스 지분율은 약 5.8%로, 나녹스 창업자 및 최고경영진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나녹스 개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녹스 개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녹스 2대주주 SKT, 한국에 부품공장 짓고 사업독점권

특히 SK텔레콤은 단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로, 나녹스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내 생산기지 설립 및 해외 시장 개척 등 신규 사업 기회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나녹스와의 계약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제조 공장을 한국에 짓고, 한국과 베트남에서의 사업을 독점할 권리를 갖기로 했다. 아직 제품 출시 전인데도 한국·베트남에서 주문량이 2500대에 달한다.  
 
나녹스는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손톱만 한 실리콘 반도체 속에 있는 1억여개의 나노 전자방출기를 디지털 신호로 제어해 순간적으로 전자를 생성하고 X선으로 전환해 촬영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엑스레이는 기존 진공관 방식의 엑스레이에 비해 촬영 속도는 30배 빠르고 방사선 노출 시간은 30분의 1로 줄어든다. 촬영 비용은 10%에 불과하다. 가슴을 누르는 통증이 없는 비접촉 촬영이 가능하며 화질은 더 선명하다.  
 
란 폴리야킨 나녹스 CEO. [중앙포토]

란 폴리야킨 나녹스 CEO. [중앙포토]

방사능 위험 없는 '디지털 X레이' 기기 상용화 추진 

나녹스는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흥 성장기업' 자격으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현재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 장비인 '나녹스.아크'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란 폴리아킨 나녹스 CEO는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디지털 엑스레이가 상용화되면 공항에서 곧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국경을 폐쇄하지 않고도 격리 대상자를 식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해당 기술은 일본의 소니가 TV 화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한 것이다. 2010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프로젝트를 중단했는데, 당시 소니는 "기술은 좋은데 이걸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심에 빠져 있었다. 나녹스는 소니의 TV 기술을 인수해 엑스레이용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나녹스 디지털 엑스레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녹스 디지털 엑스레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SKT "의료·바이오 분야 서비스 발굴 본격화하겠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해외에서도 나녹스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나스닥 기업 공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나녹스 투자를 기점으로 의료·바이오 분야 융합 서비스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면서 "경기도 수원이나 용인에 설립 예정인 나녹스의 제조 공장을 의료·바이오 장비 산업의 글로벌 전진 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의료기기 분야는 IT 기반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어 삼성이나 SK 같은 회사가 진출하기 용이하다"면서 "이번 나녹스 사례처럼 외국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에 대한 분위기를 일으켜서 역으로 국내 마켓 사이즈를 넓혀가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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