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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걸린 이인영 '물물교역' 구상…北업체가 제재 대상이었다

중앙일보 2020.08.23 15:55
‘작은 교역’을 통해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려던 이인영 장관의 구상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작은 교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물물교역을 의미한다. 이 장관이 지난달 취임 이후 남북대화 복원과 인도적 지원, 남북 간 합의 이행 등 소위 '노둣돌 전략'의 첫걸음으로 여겨졌다.
 

정부, 남북 설탕과 술 맞교환하는 '작은 교역' 추진
민간단체 협의 중인 북 단체 제재 리스트 올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통일부는 최근 남측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간에 설탕과 술을 맞바꾸는 '작은 교역'의 승인을 검토해 왔다. 앞서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는 교역 성사를 위해 통일부에 물품 반·출입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북측 상대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돼 첫 번째 '작은 교역'의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에서 북측 단체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포함됐다는 보고를 했다고 정보위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가 이번 교역을 승인할 경우, 대북 제재를 피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국제 규범을 정면으로 어길 수 있다.  
 
통일부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북측 거래 상대방(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이 제재 위반 기업인지는 유엔 제재 리스트를 기준으로 일차적으로 판단한다”며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도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제재 관련성 등에 대해 계속 검토하는 단계이고 명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장관의 첫 작품이 장애물을 만났지만, 정부 안팎에선 다양한 형태의 ‘작은 교역’이 추진 중이어서 북측이 호응할 경우 조만간 교역이 실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북측 상대가 제재 리스트에 속해있는 것으로 파악한 국정원과 달리 통일부가 교역 승인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관계부처 간 협업 체계에 문제점을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해 남북 교역에 나설 경우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가 북측 대상을 리스트에 추가로 올리는 방식으로 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진행해 나가되 대북 제재는 확실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18일 이 장관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남북관계 및 북·미 관계 현안을 논의하는 워킹그룹의 역할을 북·미 협상에 한정하는 취지의 방식으로 재조정하자는 이 장관의 제안에 난색을 보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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