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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자존감 최나연 "10만 넘으면 US오픈 우승 느낌일 것"

중앙일보 2020.08.23 11:13
최나연은 핸드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찍는다. 장진영 기자

최나연은 핸드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찍는다. 장진영 기자

최나연(33)은 표정이 밝았다. 5년 전 최나연은 “악플이 거슬린다”면서 스마트폰이 아니라 2G 휴대폰을 쓰려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뉴미디어의 첨병이 됐다. 
 
그가 운영하는 ‘나연이즈백’은 23일 현재 구독자 8만9000명으로 한국 골프에서 손꼽히는 유튜브 채널이다. 그는 “예전엔 흔들렸지만 이젠 내려놨고 안 좋은 댓글 같은 것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웃었다.

 
LPGA 투어 9승, 통산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US오픈에서 우승했고,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최나연은 2015년 마지막 우승 후 5년간 몸(허리 부상)과 마음(입스)이 아팠다.
 
구독자 262만 명의 뷰티 유터버인 아만다 스틸은 중학생 때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크업 기술을 유튜브로 알려주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최나연도 비슷하다. 그는 “유튜브를 한 건 그냥 골프 선수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유튜브를 한 이후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시더라. 사람들이 나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복을 입고 마스크를 써도 알아본다. 대회장에선 휴대폰 카메라만 켜도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이 달려와 ‘구독,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라고 하더라. 이런 걸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나연. 장진영 기자

최나연. 장진영 기자

관심이 늘자 욕심도 난다. 그는 “구독자 숫자가 탐나더라. 구독자 10만을 돌파하면 US오픈 우승, 100만을 돌파하면 LPGA 투어 상금 1000만 달러를 넘을 때의 느낌이 날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늘어나는지 분석도 해봤다. 일단 레슨이 반응이 좋고, 유명한 사람이 나오면 관심이 확 올라가더라”고 했다.

 
‘나연이즈백’은 프리랜서 편집자를 제외하면 최나연 혼자 기획하고 촬영한다. 그는 “돈 들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찍고 짐벌, 셀프스틱 등은 최근에 샀다. 화장도 안 해 얼굴이 못생기게 나오는데 그래도 괜찮다. 가식 없고 솔직한 모습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나연은 시청률 챙기는 PD 비슷하기도 하다. “다른 유명 유튜버들이 출연을 요청하는데 나도 구독자 늘려야 하는 입장이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양쪽 유튜브 공동 기획 같은 거로 만든다”고 했다.
 
골프는 노력해도 생각대로 잘 안 될 때가 많다. 유튜브도 쉽지는 않다. 최나연은 “조회 수가 덜 나와도 스트레스는 없고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는 게 골프보다 나은 점”이라고 했다.
 
골프 선수들 사이에 유튜브 제작이 유행이다. LPGA에서만 해도 고진영, 박인비, 유소연 등 거물 선수들이 유튜브를 한다. 경쟁심이 강한 운동선수들이니 구독자 숫자를 놓고 각축이 있지 않을까. 최나연은 “다른 선수에 대한 경쟁심은 없다. 그냥 다들 개성이 있는 채널이 될 거다. 선수들의 교우관계, 누가 밥을 많이 샀는지는 유튜브로 드러날 것”이라고 웃었다.
  
나연이즈백에 고정 출연하는 이정은5도 유명해졌다. 최나연은 “정은이가 끼가 넘쳐 재미있다. 이 유튜브 지분의 절반쯤 정은이가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최나연. 장진영 기자

최나연. 장진영 기자

 
치마 안 입는 거로 유명한 최나연은 유튜브에선 스커트도 입었다. 최나연은 “10여 년 전 한 대회에서 유니폼이라 어쩔 수 없이 치마를 입고는 처음이다. 누가 요청한 건 아니고 유튜버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유튜버로 전업한 건 아니다. 그는 “‘나연이즈백’으로 이름을 지은 건 선수로서 다시 예전의 정상 자리에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예전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 혹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 전염병 때문에 대회가 없어 유튜브에 신경을 썼는데 24일 미국으로 가면 다시 선수 모드로 돌아간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가끔 동영상을 찍고 이전에 만들어 놓은 동영상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수로서 여유시간에 할 일이다. 최나연은 통산 상금 등으로 최소 2023년까지 LPGA 투어 출전권이 있다. 
 
최나연은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배운 사람이 잘 되면 내가 잘 칠 때만큼 좋다. 은퇴 후 후배들을 가르칠 것이고 유튜브는 일종의 테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나연은 구독과 좋아요를 강조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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