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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달리고 널브러진 주차···'민폐 킥라니' 전동킥보드 해법

중앙일보 2020.08.23 06:00
 인도를 막고 세워져 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 [강갑생 기자]

인도를 막고 세워져 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 [강갑생 기자]

 "(전동 킥보드) 정말 위험하다. 모두가 인도에서 탄다. 그리고 타고난 후 아무 곳에나 두고 가서 통행에 너무 불편하다." 

 

 "인도에서 사람보고 비키라고 벨 울리고, 달리는 차 앞으로 갑자기 지나가고 아무 데나 세워두고." 

[현장에서]
정부,PM 활성화와 안전법 추진
킥보드 주차장 설치, 교육 계획
인도 통행 막을 방안은 안 보여
단속과 인프라 확충 함께 해야

 
 최근 서울에서 60대 남성이 내리막을 빠르게 달리던 전동 킥보드와 부딪혀 위독하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에 달린 주요 댓글들입니다. ▶차도로 다녀야 할 전동 킥보드가 인도로 다녀 위험하고 ▶전동 킥보드를 인도 위 아무 곳에나 방치해 보행에 불편을 준다는 요지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개인용 이동수단인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불만은 더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개인용 이동수단은 흔히 PM(Personal Mobility)이라고 부르는데 전동 킥보드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젊은 회사원이나 대학생이 많은 지역에 가면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 타기도 하지만 요즘은 한 대에 두 명이 올라타고 다니는 장면도 심심찮게 발견되는데요. 전동 킥보드 이용이 금지된 한강 변이나 공원에서 타는 사례도 많습니다. 
서울 신촌전철역 주변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들. [강갑생 기자]

서울 신촌전철역 주변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들. [강갑생 기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사의 간부는 "코로나 19 이후 가급적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언택트(Untact) 경향이 강해져 전동 킥보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모두 12곳으로 이들이 공급 중인 전동 킥보드는 약 2만대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하는데요. 
 
 PM은 다양한 목적의 통행에서 마지막 단계를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책임질 대표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걷기는 멀고, 버스나 택시를 타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효율적인데요. 그래서 미국 등 외국에서도 PM, 특히 전동 킥보드가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운행이 금지된 한강 변에서도 전동 킥보드는 자주 보인다. [강갑생 기자]

운행이 금지된 한강 변에서도 전동 킥보드는 자주 보인다. [강갑생 기자]

 
 이렇게 보면 전동 킥보드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인도 주행과 무분별한 주차가 대표적입니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인도로는 다닐 수 없고, 차도로 통행해야만 합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오는 12월부터는 자전거도로 이용이 가능해졌지만 역시나 인도 통행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길을 걷다 보면 전동 킥보드 대부분은 인도로 달립니다. 가뜩이나 인도로 올라오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때문에 불편이 작지 않은데 전동 킥보드까지 가세하니 길을 걷기가 더 불편합니다.  
 
 자전거에 전기 모터를 달아 속도가 더 빠른 전기 자전거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인도로 마구 다니고, 여기저기 함부로 세워놓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동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의 인도 주행에 대한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막고 세워져 있는 공유 전기 자전거. [강갑생 기자]

횡단보도를 막고 세워져 있는 공유 전기 자전거. [강갑생 기자]

 경찰은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고, 지자체도 미온적이긴 마찬가지인데요. 그러다 보니 보행자만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도로에서도 전동 킥보드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탓에 '킥라니(전동 킥보드+고라니)'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입니다.   
 
 인도 주행 못지않은 민폐가 무분별한 주차입니다. 건물 입구는 물론 지하철역 출입구와 주변, 인도 중앙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세워놓고 가버리는 탓에 불편이 작지 않습니다. 
 
 최근 정부가 PM 이용 활성화와 안전한 관리를 위해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및 안전관리 방안'을 만든 것도 이런 불편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습니다. ▶PM 이용 교육을 강화하고 ▶PM 거치시설을 확충하고 ▶PM 대여업을 신설해 등록제로 운영하며 ▶이용자를 위한 보험가입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인데요. 
주택가 쓰레기통 옆에 방치된 공유 전동 킥보드. [강갑생 기자]

주택가 쓰레기통 옆에 방치된 공유 전동 킥보드. [강갑생 기자]

 
 이 중에 PM 거치시설 확충이 바로 전동 킥보드의 주차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입니다. 지하철역이나 건물 입구 등 통행이 잦은 곳에는 전동 킥보드를 세워두지 못하게 하고, 보행 불편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점에 전용 주차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서울 서초구에서 자체적으로 전동 킥보드 전용주차장 50곳을 시범 설치하고, 주차금지 구역을 지정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PM 운영업체에 책임을 묻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하는데요. 박준상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정책과장은 "올해 안에 법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전동 킥보드가 무분별하게 인도 위 여기저기에 방치되는 상황은 꽤 개선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 통행과 사고 위험성이라는 숙제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PM 이용 활성화와 안전관리 방안에도 "안전한 PM 이용문화 조성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초ㆍ중ㆍ고 대상으로 PM 이용 교육 실시도 추진한다" 정도만 들어있을 뿐입니다.        
서울 서초구가 설치한 전동 킥보드 주차존. [사진 서초구]

서울 서초구가 설치한 전동 킥보드 주차존. [사진 서초구]

     
 물론 교육은 중요합니다. 어려서부터 PM의 올바른 사용법과 에티켓을 배운다면 PM 이용 문화도 많이 향상될 텐데요. 그러나 그 전에 정해진 법규를 지키지 않는 경우 엄격한 단속과 처벌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나만 편하자고 인도로 달리고, 아무 곳에나 세워두는 행태는 강력한 단속 없이는 바로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파리와 싱가포르에서 전동 킥보드의 인도 통행을 금지한 것도 많은 민원과 사고 때문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에만 떠넘기고, 이용자와 운영업체의 선한 의지에만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PM에 대한 보행자들의 불만과 불편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게다가 정부의 PM 대책에 전기 자전거는 빠져있는데요. 전기 자전거는 자전거 관련 법으로 관리한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그러나 현재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전기 자전거가 PM 관련 대책에서도 제외된다면 그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보행자의 몫이 될 겁니다. 
 
 보행자와 PM 이용자 모두 편하려면 자전거 도로 같은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과 함께 위반 행위에 대한 엄격한 단속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보행자와 PM 간 갈등과 충돌은 더 커질 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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