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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 정책 이대로는 안돼" 친문 황희의 쓴소리

중앙일보 2020.08.23 05:00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여당 국회의원이 정부 정책에 쓴소리하기란 쉽지 않다. ‘구력’이 달리는 초·재선 의원이면 더 그렇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정치언박싱]

 
지난 20일 황희(서울 양천갑·재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그는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의 친문 핵심으로 분류된다. 20대 국회에서는 4년 내내 국회 국토교통위에 몸담았다.
 
그의 지역구인 서울 목동 역시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데다 교육열이 높아 부동산 이슈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동네다. 마주 앉자마자 부동산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지금까지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구매자가 투기 수요를 갖고 있다고 단정짓다 보니 나온 단기 대책”이라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홍보한다.
“모든 서민의 기본 인식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국가가 미래 보장의 신뢰를 주지 못한다. 1주택을 갖기 위한 ‘사다리 정책’ 잘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다리를 놓을 수 있나.
“장기공공임대주택, 20%의 지분만 갖고 있어도 나머지 지분을 공유하면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지분공유형 주택, 계약금으로 30%만 내고 70%는 장기간에 걸쳐 납부해 소유권을 이전받는 소유권 임대 아파트 등이 대안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당장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반대한다.
“어느 게 공공임대주택인지 모르게 (분양 주택과) 질적 차이를 없애는 ‘소셜믹스(social-mix)’가 중요하다. 관리 비용까지 끊임없이 지원해주는 회계구조의 전환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지난해 10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지난해 10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자원을 어떻게 마련하나.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려면 몇 년 뒤에 분양하지 말고, 영구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수도권 약 17만호에 대해 과감히 재건축을 완화하고, 모든 재건축 아파트는 용적률을 높여 공공임대주택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 한 채씩 가지면 다 해결되나.
“공급자 카르텔도 깨야 한다. 금융사와 대형 건설사가 담합해 출시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 아파트의 하드웨어는 80년까지 가도 내장재는 30년 단위로 갈아야 한다. 이 물량이 돌 수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투기 수요가 발생한다. 하드웨어와 내장재가 동일하게 100년까지 가는 철골 구조 아파트로 바꿔야 한다.”
 
왜 여태껏 안 됐나.
“오로지 수요가 투기를 유발할 것이란 전제로 대응하다 보니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세금을 조정하고 공급 조금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 독립 TF팀을 만들고 정권을 초월해 일관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게 해야 한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황 의원은 최근 지지율이 하락 국면인 당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8·29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사이 치열한 토론이 없다.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측면도 있고, 구도도 ‘1강(强)’ 체제라 경쟁이 붙지 않고 있다고 본다. 한국판 뉴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원격진료, 개인정보 활용, 얼마 전 논란이 된 ‘타다’ 이슈 등 규제개혁 면에서 민주당의 진보적 관성과 반대되는 방향의 논의가 당 내에 있다. 다만, 이 논쟁을 전당대회에 꺼내서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너무 친문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면 지지자들이 따지지 않고…. 그래서 정치인들이 과도하게 지지자 눈치를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어느 순간엔 적절히 조정되는 시점이 올 거다.”
 
정권 후반기인데 ‘한국판 뉴딜’ 잘 될까.
“거대한 흐름 속에 어느 정부라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4차산업이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유동성이 많이 차 있으니 그게 흐를 수 있는 미래산업 인프라를 마련하겠단 거다. 특정 계급에 유리한 수단이 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포용적 정책을 잘 병행해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현 통일부 장관, 가운데) 의원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후죽순 제1차 정기토론회-새로운 미래와 한국 경제·사회 :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이광재(왼쪽)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후죽순'은 21대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만든 공부모임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현 통일부 장관, 가운데) 의원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후죽순 제1차 정기토론회-새로운 미래와 한국 경제·사회 :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이광재(왼쪽)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후죽순'은 21대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만든 공부모임이다. [연합뉴스]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외 차기 대선 후보군이 안 보인다.
“현재 나와 있는 사람만 갖고 하면 흥행도 안 되고, 변화의 진폭이 큰 시기에 미래 불확실성도 커진다.”
 
누가 나왔으면 좋겠나.
“국민은 미래에 대해 확실한 해법을 제공하는 지도자에 열광한다. 또 과거와 달리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탈이념의 시대다. 이 두 가지를 미래 축으로 본다면 이광재(민주당 의원)나 이인영(통일부 장관)도 후보군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황 의원은 ‘당사자의 의사를 물어봤느냐’는 질문에 “아직 안 물어봤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지만, 표정은 제법 진지했다.
 
글=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영상=여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