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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나만의 ‘행복 백신’ 키울 절호의 기회

중앙선데이 2020.08.22 00:21 700호 28면 지면보기

러브에이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빠른 증가로 서울·경기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을 결정한 18일, 달포 전부터 한국에 체류 중인 재미교포 P씨(59)를 만났다. 그는 하루에 200명 넘는 확진자 발생 상황에 온 국민이 불안해하는 사회 분위기를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그가 거주하는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난 19일까지 확진자는 550만명, 사망자는 17만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매일 4만명 넘는 신환(新患)이 발생한다. 확진자 수가 세 자리 숫자로 늘자 모두가 불안과 불신과 분노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우리 문화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꽤 자유롭게 일상을 누리면서 모범적 ‘K방역’을 진행해 온 원동력이다.
 

코로나19 대응 K방역·K택배…
한국 사회 효율성 입증했지만
삶의 질 OECD 40개국 중 30위

소멸 안 돼 공존해야 할 감염병
긍정적 마음, 아름다운 경험 쌓기
일상 속 가치있는 삶이 최고 방역

P씨가 한 달간의 한국살이에서 가장 놀란 점은 고품질·초저가 택배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배송비가 기본 150 달러(약 18만원) 정도다. 물건값보다 배송료가 비싼 경우는 드물지 않다. ‘K택배’의 효율성은 전염병 유행 시기를 슬기롭게 지내게 하는 1등 공신이다.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이를 당연시한다.
  
기대 수명 82세 한국인 “건강 만족” 33%
 
한국 사회의 선진성과 우수성은 첨단 정보통신(IT)기술, 한류 열풍의 주역인 문화예술 분야, 높은 대학 진학률 등 다양하다.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였던 빈국이 우수한 유전자와 드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60년간 지속해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왔다. 지금은 경쟁력 높은 국가를 상징하는 ‘30-50클럽’에도 가입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이 가입 조건인 이 클럽에 속한 국가는 현재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한국 등 일곱 나라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렇듯 객관적으로는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좋은 상황에 있지만 정작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다.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1인당 국민소득 ▶기대 수명 ▶사회적 지원 ▶자유 ▶관용 ▶부정부패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7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153개국 중 61위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건강 ▶소득 ▶교육 ▶직업 ▶안전 ▶공동체 의식 ▶주택 ▶환경 ▶시민참여도 ▶만족도 ▶근로조건 등 11개의 객관적·주관적 요소를 종합해 만든 국가별 삶의 질 평가 척도(BLI, Better Life Index)에서도 40개 가입국 중 30위다.
 
왜 한국인은 객관적 상황과 무관하게 행복과 거리를 두고 사는 걸까. 실제 건강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기대 수명 82.4세인 장수국이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만족하는 사람은 33%에 불과하다. 기대 수명 78.6세인 미국인은 88%, 81.9세인 캐나다인도 88%가 자신의 건강에 만족한다. 한국인은 ‘이 나이에 이 정도 건강하면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젊은 시절이나 건강한 동년배를 떠올리며 ‘나는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한평생 성공만 바라보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 순간 불만을 토로하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결과다.
 
물론 행복감은 개개인의 성향과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요소와 복잡하게 작용하며 단순하게 정의하긴 힘들다. 하지만 행복 없는 멋진 인생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의학적으로도 행복한 사람은 면역 기능이 높아 질병 대처 능력이 우수하다. 독감 접종 후 항체 형성률은 행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50%나 높다. 성공 위주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활이야말로 감염병 대유행 시기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역인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다. 무증상 감염자가 50%까지 보고되는 상황에서 완전 종식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신종 바이러스가 춥고 건조한 기후를 선호하니 다가올 가을·겨울에는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출시된다는 백신도 수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한 접종 결과를 지켜봐야 정확한 효과를 말할 수 있다. 사실 오랜 역사를 가진 독감 백신도 항체 형성률은 60~80% 선이며 노약자는 30~40%에 불과하다.
 
물론 걱정거리만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팬데믹 초기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졌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다〈표 참조〉. 의료진의 경험과 노력이 모여 치사율을 낮추는 치료 노하우가 쌓인 덕분이다. 또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전파력을 높였으니 치사율은 낮췄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대두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본성이 독성을 떨어뜨려 더 많은 인간과 공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나와도 종식 어려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은 정치적 구호나 인간의 노력만으로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우선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방역 수칙을 준수해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는 시기를 혼자서 행복하게 지내는 법을 익히는 절호의 찬스로 활용해 보자. 전문가들은 좋은 느낌, 긍정적인 마음,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경험 쌓기 등을 행복으로 가는 묘안으로 제시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동안 남과 비교하지 않고 혼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진다면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는 한국이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칼럼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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