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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로켓 배송, 착한 수수료…배달앱 시장 ‘메기’ 풀렸다

중앙선데이 2020.08.22 00:02 700호 12면 지면보기
30분 이내 배달을 내건 쿠팡의 ‘쿠팡이츠’. [사진 쿠팡]

30분 이내 배달을 내건 쿠팡의 ‘쿠팡이츠’. [사진 쿠팡]

로켓 배송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은 2018년 말부터 모바일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를 시범 운영했다. 당시 부동의 1위 ‘배달의민족’과 2·3위 ‘요기요’ ‘배달통’이 점령한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 때문에 시범 운영 범위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 제한한 채 사업 노하우를 쌓는 데 집중했다.
 

후발주자의 도전
쿠팡이츠, 1대 1 배차로 속도전
위메프오, 가맹점 부담 최소화
차별화 효과로 월 이용자 3·4위

배민·요기요 독과점 구도 흔들
소비자·소상공인에 혜택 기대감
과도한 경쟁 땐 치킨게임 우려

그러던 쿠팡은 지난해 쿠팡이츠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달엔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과감한 행보만큼 최근 실적도 고무적이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은 지난 6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준 국내 배달앱의 월간 순이용자 수(MAU)를 집계, 최근 발표했다. 집계 결과 쿠팡이츠는 한 달간 55만 명이 이용해 전체 3위를 차지했다.
  
배민·요기요·배달통 3강 구도 요동
 
후발주자의 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e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지난해 선보인 배달앱 위메프오 역시 38만 명이 이용해 4위에 올랐다. 두 배달앱은 아직 배달의민족(970만 명)이나 요기요(492만 명)에는 크게 뒤지지만, 3위였던 배달통(26만 명)을 처음으로 5위로 끌어내렸다. 지난 1월만 해도 배달통의 MAU는 51만 명으로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합친 숫자(40만 명)보다 많았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의 3강 구도로 철옹성 같던 배달앱 업계가 후발주자들의 선전으로 요동치고 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업계는 요기요·배달통을 인수한 세계 4위(2018년 주문액 50억 달러 기준)의 독일 배달앱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의민족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독과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347억원이었던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원(거래액 기준)으로 급격히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면서 시장을 선점한 우아한형제들은 그 사이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이 됐다. 이에 요기요와 배달통으로 한국에서 배달앱 사업 보폭을 넓히던 DH가 지난해 말 배달의민족 인수 사실을 발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가 인수를 승인하면 DH가 국내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DH로서도 후발주자 선전이 내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공정위의 심사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최근 인기 비결은 뭘까. 업계는 이들이 ‘로켓 배달’과 ‘착한 배달’로 각각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이츠는 라이더 충원으로 주문한 지 30분 이내에 모든 음식 배달을 선언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른 배달앱엔 없는 1대 1 배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주문 1건당 차량 1대만 제공하는 식이다. 배달의민족 등은 보통 3~4건의 주문 음식을 모아서 배달한다. 라이더가 각 음식을 픽업하고 여러 소비자에게 향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특정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이 다소 지연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와 달리 쿠팡이츠는 이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쿠팡 측에서 자동 1대 1 배차를 해준다. 라이더가 한 번 주문 콜을 받으면 해당 배달을 마칠 때까지는 다른 콜을 받지 않도록 했다. 소비자는 그만큼 더 빠르게 음식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쿠팡이 e커머스에서 구사하는 로켓 배송 전략의 연장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위메프오는 가맹점의 빠른 확충과 다양화에 집중해 소비자들이 고를 수 있는 음식 폭을 넓히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앞서 위메프오는 지난해 말 이른바 착한 배달을 선언하면서 최소 2년은 중개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동결한 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광고 수수료와 입점 비용도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위메프오 입점 업체 2만5000곳 급증
 
이에 따라 위메프오 입점 업체들은 소비자의 주문 금액에 비례해 책정되는 중개 수수료만 부담할 뿐, 위메프오를 통한 주문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떤 비용 부담도 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가맹점이 지난 5월 약 2만5000곳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러다 보니 배달앱에서 다양한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 역시 더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메프오는 여세를 몰아 서비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 지난해 첫 출범 당시엔 강남·서초에서만 서비스했다. 다음 달엔 가맹점주가 월 3만8000원을 내면 추가 중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요금제까지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경쟁 구도가 다변화할수록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배달앱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과 수수료 인하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과정이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치킨 게임’으로 벌어지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감소와 적자 누적, 이에 따른 소비자·가맹점주로의 부담 전가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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