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량 50명 넘는 지하철은 놔두면서" 예비부부 국민청원 빗발

중앙일보 2020.08.21 05:00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A씨(27·여)는 9월 중순 결혼 예정이다. 남편 직장과 동료, 시댁 여건 등을 고려해 1년 전 서울에 있는 예식장을 예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결혼식 등 행사를 ‘실내 50인’으로 제한하자 고민에 빠졌다. 
 

50인 이상 실내 행사 금지에 고민
웨딩업체 취소·연기·축소에 울상
“서울 예식장 취소하고 대전으로”
초대 받은 하객들도 “미안, 곤란”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3월 해외여행을 취소하면서 이미 200만원가량의 위약금을 물었다. 그나마 6개월 전이라 생각만큼 손해가 크지 않았다. A씨와 예비 남편은 아직 결혼식을 취소할지, 양가 친지만 참석한 채 소규모로 치러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혼주인 양가 부모는 “평생 한 번인데 결혼식을 취소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꼭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혼식 참석자들 가운데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만으로 한정해도 50명이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A씨는 예비 남편과 함께 결혼식 장소를 아예 대전으로 옮기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500만~600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더라도 대전에서 치르는 결혼비용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감안했다. 
 
대전은 서울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 않아 결혼식을 치르더라도 ‘실내 50인’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참석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혼주인 양가 부모도 서울 예식장을 취소하고 장소를 대전으로 변경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A씨의 아버지는 “하객을 초청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딸을 위해서라도 결혼식은 꼭 치러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더 확산하지 않고 잠잠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제안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제안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지난 19일 0시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예비부부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나 행사가 금지돼서다. 정부는 인원이 50인 미만이거나 각각 분리된 공간에 50인 미만씩 수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지만 세부 규정이 없는 데다 현실적 문제로 예비부부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취소하자니 위약금이…그냥 하자니 하객 없이 돈은 돈대로 내야 하고” 같은 고민글이 쏟아졌다. 모바일 메신저에 ‘코로나 결혼식 대책방’ 같은 공개채팅방도 생겼다. 
 
관련 국민 청원도 다수 올라왔다. 이번 주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코로나19 결혼식 위약금 및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요청’이라는 청원에서 “지하철은 한 량에 50명 넘는 사람이 타고 있는데 그렇다고 운행을 중지할 것이냐”면서 “기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예비신랑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제안한 방안.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 예비신랑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제안한 방안.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어 “하객을 50명 미만으로 진행하거나 취소하게 될 경우 수천만원의 위약금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번 주 식이 예정된 저희 부부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정부의 적절한 대처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다른 청원에서는 9월에 결혼식을 치를 예비신랑이 ①예비부부 혹은 예식 업체 측의 사정으로 예정된 날짜에 결혼식을 강행해야 할 경우 식사 보증인원을 50인 미만으로 조절 가능하도록 한다 ②결혼식의 연기 혹은 취소가 가능할 경우 신혼부부측에 계약 취소 혹은 연기에 대한 위약금을 전액 면제한다 등의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청원인은 “출퇴근길 지하철, 버스 및 주말 백화점, 아울렛 등 다수의 인원이 모이지만 규모가 큰 장소나 기업에 대한 규제나 대안은 일절 마련하지 않으면서 결혼식, PC방, 장례식 등 다소 규모가 작고 컨트롤하기 쉬운 장소의 모임만 제한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예비부부뿐 아니라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들도 미안함과 곤란함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지역에서 가족들과 서울의 친척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감염이 걱정될 뿐 아니라 돈을 준다 해도 간다는 전세버스가 없다는 사연도 있었다. 
 
웨딩업체들 역시 갑작스러운 연기나 취소, 규모 축소 등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며 울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예식업중앙회에 고객이 원하면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관한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전=신진호 기자,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