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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성적 오르게 여강사 짧은치마 입으라"는 어학원장

중앙일보 2020.08.21 00:59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 JTBC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 JTBC

“남자 수강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어라.”

 
어학원장이 어학원 여성 강사들에게 전문성이 있게 보여야 한다며 강요한 발언이다. 이 어학원장은 이른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주문하며 미니스커트와 스키니진,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한 강사는 짧은 치마를 입고 강단에 올랐고, “선생님 다리가 너무 자주 보여서 선생님을 쳐다보질 못했다”는 한 남학생의 지적을 받았다. 이런 수강생의 반응에 이 강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결국 해당 원장은 인권위로부터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인권위는 “이러한 복장이 강사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근로조건을 제시해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처럼 직무수행이나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과한 노출 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성적 굴욕감을 느낄 뿐 아니라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근로환경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같은 사례를 포함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정 권고한 성희롱 34건을 모은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제9집)’(▶사례집은 인권위 홈페이지www.humanrights.go.kr에 공개)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희롱 진정 사건은 2005년부터 꾸준히 늘었고, 2010년 이후 매해 200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 성희롱 진정 사건은 총 303건이 접수돼 역대 최다였다. 인권위는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243건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가 이날 공개한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에는 대학이나 학원, 언론사 등에서 발생한 육체적, 언어적 성희롱 피해 사례와 개별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이 담겼다. 성희롱 문제 제기를 이유로 대학 재임용에서 탈락한 계약직 교수나 직장 상사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지속해서 성적 농담을 한 사례, 동료 공무원에 의한 성추행 사례 등이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성 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성희롱 예방과 규제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노동권, 생존권과 연관된 문제”라며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2차 피해 예방 등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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