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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김정은, 김여정 등에 위임 통치"…전문가는 "책임 분산"

중앙일보 2020.08.20 19:5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에게 국정운영과 관련한 권한을 위임했다는 국가정보원의 ‘위임 통치’ 보고와 관련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 20일 국회 정보위서 김정은 동향 보고
"대미 대남은 김여정, 경제는 박봉주 김덕훈
군사는 최부일·이병철 총괄 시스템 운영중"
여야 간사단, '위임통치' 언급했다 수정하기도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정보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보고에서)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높아진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책 실패 책임을 회피하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이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이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뉴스1]

 
하 의원이 전한 국정원의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남과 대미(김여정), 경제(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군사(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장) 등 분야별 책임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두번째)이 강원도 김화군과 철원군, 평강군 수해 현장을 찾았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두번째)이 강원도 김화군과 철원군, 평강군 수해 현장을 찾았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실제 북한은 올해 들어 이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각종 성명 등을 통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며, 남북관계 단절을 주도했다. 또 자신의 명의로 대미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경제 관련 현지 지도에 거의 나서지 않는 대신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재룡 당시 내각 총리에게 전담시켰다. 북한은 지난 13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내각 총리를 김덕훈으로 교체했는데 올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책임을 김재룡 총리에게 물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와 대북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수해로 인한 경제 삼중고 등으로 그동안 김 위원장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며 "이런 상황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분야별 책임자들을 내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이어 “북한은 치적은 최고지도자에게, 책임은 실무담당자에게 지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위임 통치라기보다는 책임 소재를 더욱 명확히 하려는 책임 통치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권력 위임 통치가 아니라 권력을 분산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책임을 묻는 전형적인 통치술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이날 보고에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내에 북한군의 정치 조직(총참모부)을 관장하는 군정지도부를 신설하고, 최부일 인민보안상(경찰청장 격)을 군정지도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또 인민보안성을 사회안전성으로 이름을 다시 바꿨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신임 군정지도부장에 임명됐다고 보고했다. [노동신문]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신임 군정지도부장에 임명됐다고 보고했다. [노동신문]

 
이와 관련, 국정원은 '군에 대한 당 통제력의 강화', '공안 통치의 강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그만큼 북한 군부와 민심의 동요를 적극적으로 차단할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국정원이 이날 '위임 통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관련, 김 원장의 권력 누수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혼선을 주는 부적절할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 같은 혼선을 염두에 둔 듯 "'위임 통치'는 국정원에서 만든 것이지, 북한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수렴청정이 아니다. 후계자 구도와 관계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른 혼선을 서둘러 진화하는 차원이었다. 
 
실제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여야 간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여러 출처 상 (건강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신임 박지원 국정원장이 첫 정보위 회의에서 의도적으로 특유의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용수ㆍ이민정 기자 nkys@joongs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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