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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2시간씩 산책 안 시키면 불법" 독일 '개 보호법' 논란

중앙일보 2020.08.20 09:01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 장관(오른쪽). EPA=연합뉴스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 장관(오른쪽). EPA=연합뉴스

 
앞으로 독일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 하루에 두 번 이상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 장관은 독일에서 940만 마리의 개가 적정 운동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법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산책 시간’에도 제한이 걸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단순히 반려견과 집 주변을 한 번 걷고 오는 것으로는 산책 횟수를 채울 수 없다. 견주들은 산책 1회당 1시간 이상, 하루에 2번 이상 산책을 하고 오도록 의무화된다.
 
이외에도 반려견을 오랫동안 쇠사슬에 묶어놓는 것도 전면 금지된다. 일을 하러 나가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개를 집에 종일 방치해서도 안 된다.
 
클뢰크너 장관은 개들이 충분한 신체적 활동 및 자연환경ㆍ동물ㆍ사람과의 접촉 등 환경적 자극을 필요로 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개는 껴안을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개들도 욕구가 있고, 우리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작스러운 발표에 독일 사회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지적됐다. 독일 가구 중 19%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하나하나 감시 감독할 거냐는 것이다.
 
클뢰크너 장관이 속한 독일 기독교민주연합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스키아 루트비히 기독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내 로디지안 리즈백(아프리카 출신 사냥개의 일종)을 32도 폭염 속에서 두 번이나 산책시키지는 않을 거다. 차라리 개를 데리고 같이 강에 뛰어드는 게 더 시원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시민 바벨 클레이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강아지를 얼마나 산책시켜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다니, 오만한 생각”이라며 “누가 내 산책 횟수를 확인할 건가? 내가 우리 ‘샘’을 충분히 오랫동안 산책시키지 않으면 내 이웃이 경찰을 부른다는 거냐. 이웃도 2시간 동안 내 산책을 지켜보고 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4살 난 독일 종 셰퍼드 개를 키우는 발터 슈바이츠는 “우리 집 개는 암에 걸렸다. 집 근처를 조금 걷는 것도 힘들어한다”며 “정부는 견주들이 충분히 반려견들을 돌볼 거라고 믿어야 한다. 아마 다음에 정부는 고양이 주인들에게 얼마나 자주 고양이 배설용 상자를 갈아줘야 하는지 규정을 정해놓으려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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