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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송영길 “남자끼린 엉덩이 툭툭” 성추행 의혹 외교관 감쌌다

중앙일보 2020.08.20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송영길

송영길

한국에 근무하는 유럽 국가 외교관이 한국인 행정직원에게 비쥬(볼키스) 인사를 했다. 수치심을 느낀 한국인 직원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당 외교관은 성적인 의도가 없는 통상적 인사였다는 해명만 남긴 채 본국으로 돌아갔다. 성추행 고소를 접수한 한국 경찰은 외교관에게 다시 돌아와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이게 단순한 ‘문화 차이’ 때문이고, ‘오버’일까.
 

“뉴질랜드 외교관 송환은 오버”
성추행은 의도보다 행위 중요한데
문화 차이 강조하며 사태 왜곡
외통위원장 발언으로도 부적절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뉴질랜드 외교관 A씨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한 말을 듣고 입장을 바꿔 가정해본 상황이다. 그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한다.
 
“참 이게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보는데요.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곳입니다. 제 아내도 여성 직원으로 오해하고 있던데, 그게 아니라 피해자 분이 40대 초반에 180㎝, 덩치가 저만한 남성 직원입니다. 그런데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하고 친한 사이였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 치고 했다는 건데. 당시에 문제가,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는 거죠.”
 
A씨의 행동을 문화적 차이 때문에 피해자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성추행이란 범죄를 문화의 차이로 치부하고 감싸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면 그래서 A씨의 행위가 성추행 가해가 맞는지에 대한 의견도 밝혔어야 하지만, 송 위원장의 발언은 “기분 나쁠 수 있죠”에서 끝났다. A씨를 돌려 보내라는 뉴질랜드의 요구에 대해선 “그건 오버”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반발이 나왔다. “문화의 차이 운운하며 피해자가 오해했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은 ‘가해자 중심주의’”(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만질 수도 있다’는 외통위원장의 인식은 충격적”(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다.
 
실제 성추행 여부는 의도가 아니라 행위에 의해 규정된다. 2013년 대법원은 추행죄의 성립 요건에 대해 “꼭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피해자에게 머리채를 잡힌 피고인이 폭행에 대한 보복으로 피해자의 입술과 귀 등을 깨물어 기소된 사건이었다.
 
추행으로 처벌하는 데 있어 의도는 상관 없다는 뜻이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장난”이라며 군대 후임의 엉덩이를 만져 기소된 선임병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송 위원장이 피해자의 성별을 강조한 것은 ‘여성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냐’는 반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남성 간 성추행은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201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 응답자 중 25.0%가 주 1회 이상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했다.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86.4%나 됐다.
 
그가 굳이 동성애를 언급한 것도 의아하다. 뉴질랜드가 동성애에 개방적이라 피해자가 과도하게 성적인 의미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뜻처럼 들릴 수 있어서다. 송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도 남성인데 자기 부인(배우자)을 남성으로 동반해 근무하고 있다”는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외통위원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이처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게 더 문제다. 외교 정책에도 관여하는 장관급 중책을 맡은 이상 자신의 언행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품격과 직결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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