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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왜 교회서만 터지나···‘예배후 식사’ 포기 힘든 속내

중앙일보 2020.08.19 05:00
 코로나19의 집단 감염이 개신교 교회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가톨릭 성당이나 불교의 사찰은 조용한 편이다. 코로나 집단 감염 사례가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다. 다 같은 종교계인데도, 왜 개신교 교회만 코로나 확산의 중심에 서 있는 걸까.  
 

방역 지침 외면하는 개교회주의

개신교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 체제가 아니다. 중세 때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렸을 때도 표적은 ‘가톨릭 시스템’이었다. 교황부터 추기경, 주교, 사제, 평신도로 쭉 내려오는 상명하복식 수직 구조에 대한 반발이 무척 컸다. 당시에는 성경도 라틴어 성경만 있었다. 미사도 라틴어로 진행했다. 평신도들은 성경을 읽어도 뜻을 알 수 없었고, 미사 때 읊는 라틴어의 의미도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신앙 생활을 전적으로 가톨릭 사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 특유의 중앙집권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코로나19 확진자 3명 발생한 다음날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을 방역담당자들이 방역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여의도순복음교회 코로나19 확진자 3명 발생한 다음날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을 방역담당자들이 방역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이런 구조를 허물었다. 평신도가 사제를 통해서 신을 만나는 방식을 거부했다. 대신 어떠한 중간자도 없이 나와 하나님이 직접 소통하고 대면하는 ‘1대1의 관계’를 지향했다. 이런 지향으로 인해 개신교에는 개교회주의(개별 교회주의) 성향이 강하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본질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다.  
 
개신교에도 여러 교단이 있다. 상당수 교회가 교단에 소속돼 있다. 개신교 연합기관에서 일하는 L목사는 “일선 교회들이 교단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가톨릭이나 불교만큼 중앙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평소에는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 국면에서는 예방과 방역을 위해 매뉴얼 준수 등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개신교의 개교회주의 특성 때문에 구멍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16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수십 명의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용인의 우리제일교회는 소수 교단 소속이다. 소수 교단이나 독립 교단의 경우 개별 교회에 대한 교단의 영향력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교단 차원의 코로나 예방 지침이나 매뉴얼이 내려가지도 않고, 이를 지켜야 하는 교회의 의무감도 약하다. 
 
경기도 용인시 K목사는 “우리제일교회는 코로나 국면에도 지역의 교회 연합회에서 제시하는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큰 소리를 내면서 기도하는 통성 기도나 방언 집회 등을 열었고, 여기에는 ‘우리의 병을 다 낫게 해주시는 예수님께서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당연히 보호해주실 것’이라는 교회 지도자의 그릇된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K목사는 또 “기본적으로 자기 교회만 생각하고, 이웃과 사회를 배려하지 않는 고립성과 배타성이 표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척교회 코로나에 더 열악

개신교는 흔히 ‘6만 교회, 15만 성직자, 1000만 성도’라고 표현한다. 이들 6만 개 교회 중 절반 가량이 미자립 개척교회에 해당한다. 교회당 교인 수는 10~5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개척교회가 코로나 감염과 확산의 취약지대가 되고 있다.  
 
개척교회는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 수가 줄어들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인천에서 개척교회를 하는 P목사는 “개척교회는 교인들끼리 가족 같은 유대감을 형성해줘야 한다. 그래야 강한 소속감이 생긴다. 예배를 본 후에 곧바로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은 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주로 ‘예배는 영적 양식이고 공동 식사는 육적인 양식이다. 우리는 둘 다 나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런데 막상 식사를 할 때 교인들이 모두 마스크를 벗게 되고, 코로나 집단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집단 감염에 대한 교단 차원의 대응 지침이 내려가더라도, 재정 상황이 심각한 개척 교회에게는 ‘예배 후 식사’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16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이날 서울 명동성당 관계자가 신자들에게 출입자 명단작성을 안내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16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이날 서울 명동성당 관계자가 신자들에게 출입자 명단작성을 안내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천주교

가톨릭 사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순명(順命)’이다. 신앙적으로 해석하면 ‘나의 뜻을 부정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순명의 덕목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 체계는 아주 중앙집권적이고, 상명하복의 체계가 공고하게 작동한다.  
 
천주교에도 지역별 교구가 따로 있다. 각 교구는 담당 주교가 관할한다. 그래서 본당 신부들은 모두 주교의 감독을 받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따로 있어 주교들끼리 뜻을 모으고, 공동 대응을 하는 일도 전혀 어렵지 않다.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16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이날 서울 명동성당 신자들이 간격을 두고 줄을 서서 성당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정동 기자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16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이날 서울 명동성당 신자들이 간격을 두고 줄을 서서 성당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도 성가를 부르지 않는다. 오르간으로 반주만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또 미사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기도문을 소리 내서 읽지 않는다. 앞에서 해설자 한 사람만 기도문을 읽는 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다”며 “성경 공부 모임이나 예비 신자 교리 교육 등 본당 활동과 주일학교 활동도 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천주교의 조직력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중앙집권적인 불교계

대한불교 조계종의 중앙집권력은 천주교와 개신교의 중간쯤 된다. 그렇지만 중앙에 총무원이 있어서, 전국에 퍼져있는 교구 본사와 말사 사찰들을 한 곳에 묶는 역할을 한다. 종단 차원의 정책이나 지침도 곧장 각 사찰에 전달된다. 일선 사찰에서도 총무원의 방침을 잘 준수하는 편이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스님들이 마스크를 낀 채 대웅전 대청소를 하거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스님들이 마스크를 낀 채 대웅전 대청소를 하거 있다. 연합뉴스

 
개신교가 매주 교회에 모여서 주일예배를 보는 것과 달리, 불교는 초하루 법회와 보름 법회 등 월 2회만 정기 법회를 연다. 집회 횟수가 개신교보다 적다. 평소에는 개인 중심의 수행이나 기도로 활동하기 때문에 집단 감염 우려도 그만큼 적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임융창 홍보팀장은 “사찰의 법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법당의 문을 열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 지기에 코로나 예방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18일 법회 때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 활동 등 모든 소규모 모임을 2주간 전면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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