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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수면 아래 잠긴 빚 39조

중앙일보 2020.08.19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유행하며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의 재연장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금융지원을 연장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부실 대출 확대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출연장 등 금융지원 재연장 추진
은행들, 이자상환 재유예엔 난색
“이자 미루는 건 기업 한계상황 뜻”
이자 평균 50배인 원금 부실 우려

18일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시한을 재연장하는 방안을 조만간 확정 발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대출만기 추가 연장 등 금융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지원 만료는 9월 말이라 아직 시간은 있지만, 늦어도 이달 안에는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중은행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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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35조792억원이다. 기업의 분할 납부액 유예(4조280억원), 이자상환 유예(308억원) 등을 더하면 시중은행에서만 총 39조1380억원이 지원된 상황이다.
 
시중 은행들도 금융 지원 연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장과 간담회를 가진 후 “재연장에 반대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결국 내야 할 이자 납입을 계속 미룬다는 건 해당 기업이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는 뜻인 만큼 대출 만기 연장보다 이자 납입 유예에 대한 우려가 큰 건 사실”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한 번에 내야 할 이자가 많아져 부담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외에도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이자 납입 유예까지 합치면 금융권이 지고 있는 부담은 더 커진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2금융권의 이자납입 유예 액수는 371억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치면 이자 유예 액수는 800억원 수준”이라며 “연이율 3%만 적용해도 대출 원금이 2조6000억원이 넘어가는 만큼, 적지 않은 부담인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자유예 조치의 경우 코로나19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기업 중 원리금 연체 등 부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이자 납입 유예 조치 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치 연장에 별다른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 입장은 다르다. ‘당장 이자도 못 내겠다’는 기업은 이자 납입 유예라는 ‘연명치료’만 해도 되는지 오히려 면밀하게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 은행의 경우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누적 이자 유예액이 약 40억원뿐이지만, 이 이자 뒤에 연결된 대출 원금은 2000억원(450여개 기업)이 넘는다. 기업이 이자 유예 신청을 했다면 이는 내지 못한 이자액의 평균 50배에 이르는 대출 원금이 부실 위험에 놓여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게 은행 실무진들의 설명이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대비해 당초 정해져 있던 종합검사 일정을 이달 말까지 미루라고 18일 지시했다. 이달 중 금감원 종합검사가 예정돼있던 곳은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 등이다.
 
안효성·정용환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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