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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탈북민단체 법인 취소, 법원이 모두 제동 걸었다

중앙일보 2020.08.18 20:00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지난 6월 22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지난 6월 22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전단과 물품 등을 살포해 한반도에 긴장 상황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탈북민단체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한 통일부의 처분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재판장)는 통일부가 사단법인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내린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집행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이로 인해 단체는 일단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본안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법인을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법인의 해산‧청산 절차가 종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경우 본안 소송에서 법인 취소를 하지 말라는 결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법인 자체가 소멸해 이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단체의 대표자와 소속 회원들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이 상당히 크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재판장)가 비슷한 취지로 탈북민단체 ‘큰샘’의 설립허가 취소를 일단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의 두 재판부가 통일부의 법인 취소에 대해 모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통일부는 지난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4‧27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 위반’이라고 문제 삼자 이들 단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밟았다. 이달 말부터는 정부에 등록된 북한 인권, 정착 지원 관련 비영리법인 95곳 중 25곳을 대상으로 사무검사를 시행한다.  
 

“당연한 결정”…“본안 소송에서 보자” 

통일부가 대북 전단과 물품 등을 살포한 민간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에 허가 취소 관련 문서 교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통일부가 대북 전단과 물품 등을 살포한 민간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에 허가 취소 관련 문서 교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의 북한 인권‧탈북민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대위는 “정부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에도 먹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에 사무검사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통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헌 변호사는 “대북전단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험하게 한다거나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한다는 통일부 측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일부는 “집행정지를 인용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 본안 소송에서 법인설립허가 취소 처분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절차는… 

탈북민단체의 법인 유지 여부는 향후 진행되는 본안 소송에서 최종 결정된다. 법인 취소를 철회해달라는 단체의 청구가 기각되면 통일부는 판결 30일 후 법인 취소 처분을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청구가 인용되면 단체는 비영리법인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통일부가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본안 소송에서도 단체 측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승소 가능성이 없는 사건이라면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봤을 때 본안 소송에서도 정부가 패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통일부가 지금이라도 법인 취소 처분을 철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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