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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中 화웨이 숨통 막았다…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불똥

중앙일보 2020.08.18 17:29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화웨이는 사면초가다.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화웨이는 사면초가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미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해 부품을 사고팔 수 있는 우회로까지 차단했다.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화웨이 제재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화웨이와 엮여있는 국내 기업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이번 방침은 지난 5월 상무부가 발표한 제재보다 정교하다. 전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유럽부터 브라질 등 남미, 태국 등 아시아를 망라한다. 화웨이가 이들 국가에서도 미국의 소프트웨어·기술을 이용해 개발 또는 생산한 반도체 관련 칩을 확보하지 못 하게 한 조치다.  
 
화웨이의 핵심 기술은 5세대(5G) 통신망 구축 등에 필요한 장비 제조다. 필요하지만 직접 제작하지 못하는 부품은 해외에서 사 오는데, 이들 중 다수가 미국이 보유한 기술이다. 이런 부품을 화웨이가 구매할 수 있는 직접 경로는 물론 우회로까지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거래 제한 목록에 오른 회사는 구매자, 중간 수취자, 최종 사용자 등의 역할을 할 때마다 관련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산 기술 및 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막은 셈이다. 
 
지난 5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지난 5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그동안 제3자를 거치는 방식으로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 부품을 구매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이젠 구멍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제재 하에서 화웨이는 미국산 소프트웨어 및 장비의 사용이 일절 금지되며, 사용을 원하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상무부는 이날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던 미국 기업 등에 앞서 발급했던 임시 허가 면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임시 면허는 지난 14일 자로 만료됐다.

 
미국이 화웨이를 처음 블랙리스트에 올린 건 지난해 5월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화웨이 계열사는 모두 152개로 늘었다. 별도로 화웨이의 조립시설 4곳 역시 거래 제한 명단에 올랐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은 제3자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이용했고, 그 결과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를 훼손했다”며 “우리의 다면적 조치는 화웨이의 그런 행태가 지속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사진은 2015년 런던에서 런정페이가 시진핑에 제품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사진은 2015년 런던에서 런정페이가 시진핑에 제품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우리를 염탐해왔고, 우린 그들의 장비를 원치 않는다”며 로스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 감시 국가에 소속된 것으로 본다”며 “새 제재는 미국의 안보와 국민의 사생활, 5G 인프라를 중국의 악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화웨이에 대한 새로운 제재로 국내 반도체 및 5G 관련 기업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화웨이에 대한 새로운 제재로 국내 반도체 및 5G 관련 기업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SK하이닉스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추가 제재안이 향후 D램ㆍ낸드플래시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매출(15조8050억원) 가운데 41.2%(6조5172억원)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 2분기(4~6월) 5대 매출처에 화웨이가 들어가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판매분까지 포함한 수치다. 미국 남부 텍사스 주 오스틴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화웨이에 납품하는 반도체 물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화웨이.

삼성과 화웨이.

메모리는 차치하더라도 화웨이는 삼성에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칩을 납품받는 길이 사실상 봉쇄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만 하더라도 “화웨이가 설계한 칩 가운데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ㆍ장비가 들어간 모든 거래”로 조건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화웨이가 설계한’ 문구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대만의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미디어텍’을 통해 스마트폰용 연산 칩을 납품받으려는 행위조차 용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일본경제신문(日經·닛케이) 아시안리뷰는 이날 “한국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화웨이에 칩을 많이 팔고 있는 대만 반도체회사 미디어텍, 일본 이미지센서 공급업체 소니,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등 다수의 기업이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앞으로 구체적으로 타깃을 어디로 잡을지 추이를 봐야 한다”며 “5월 제재 당시 대만 TSMC가 타깃이 됐듯,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명확하게 적시가 될지가 주시 대상”이라고 말했다. 
 
전수진ㆍ김영민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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