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비행기 태운 특별한 커피...커피그래피티가 고급 원두에 집중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0.08.18 12:36
‘나도 카페 한 번 차려볼까?’  
직장인부터 건물주까지, 카페는 창업 고려 아이템 1순위로 꼽힌다. 실제로 카페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매년 늘고 있는데, 그만큼 창업의 쓴맛을 보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경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설정해야 하고, 어렵게 창업의 문턱을 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국내 카페 업계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커피 업계에서 8년째 '좋은 원두'로 통하는 곳이 커피그래피티다. 2013년 선유도 인근에서 커피 로스팅 회사로 문을 연 커피그래피티는 B2B 시장에 집중하다, 2019년 연남동에 쇼룸을 열며 B2C 시장으로 확장하며 커피 업계에선 좋은 원두의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이처럼 커피그래피티가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종훈 대표가 있다. 그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5위를 차지한 후, 산지를 찾아 좋은 생두를 수입하는 다이렉트 무역으로 보폭을 넓혀, 세계의 좋은 원두를 국내에 소개해왔다. 
커피그래피티의 이종훈 대표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5위에 오른 실력파로 스무살때 바리스타로 커피 업계에 입문한 후 로스터리, 다이렉트 무역까지 다양한 커피 비즈니스를 해왔다. [사진 조원진]

커피그래피티의 이종훈 대표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5위에 오른 실력파로 스무살때 바리스타로 커피 업계에 입문한 후 로스터리, 다이렉트 무역까지 다양한 커피 비즈니스를 해왔다. [사진 조원진]

이 대표는 많은 사람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지적하는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대해 “잘하고 있는 브랜드가 적을 뿐, 포화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스무살에 바리스타로 시작해,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입상, 로스터리, 다이렉트 무역까지 18년간 커피 비즈니스 중심에 있었던 만큼 이 대표의 말엔 무게감이 느껴졌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이 9월 7일부터 열리는〈폴인스터디 : 스페셜티 커피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에서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 전략을 주제로 이 대표에게 강연을 부탁한 이유다.  
 
바리스타가 로스팅과 다이렉트 무역으로 시선을 넓힌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모든 제품이 그렇듯, 커피도 유통 단계가 많아질수록 소비자가 마진을 떠안게 되는 구조죠. 바리스타는 좋은 커피를 알아볼 수 있는 변별력이 훈련된 사람이잖아요. 로스팅과 다이렉트 무역 등 커피 관련 업무를 할 때 장점이 되죠.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좋은 생두를 알아보고 이를 잘 로스팅해야 하니까요. 저부터도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고, 이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려면 산지에 가서 좋은 커피를 찾고 이를 가져와 직접 로스팅하면 품질 유지에도, 가격 경쟁에서도 유리하죠.   
B2B에서 B2C로 시장을 넓히게 된 계기는요. 아무래도 B2B가 비즈니스 측면에선 더 안정적일 것 같은데요.
B2B로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어느 순간 갈림길에 서게 되더라고요. 로스팅을 공장화해서 양을 늘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커피를 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요. B2B는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요. 왜냐하면 조그맣게 시작한 브랜드가 저희에게 로스팅을 맡겼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매장 수가 5~6개 넘어가면 직접 설비를 갖춰 로스팅하거든요. 규모의 경제로 보면 저희가 불리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먹고 싶은, 하고 싶은 커피를 소개하기로 했어요.  
B2C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하지 않나요.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저흰 배가 아닌 항공편을 이용해 생두를 가져와요. 지구 반대편 농장에서 보낸 생두를 일주일 후 고객에게 선보이는 거죠. 항공 운송료는 킬로그램당 책정되니까 생두 퀄리티와 상관없이 같아요. 그러면 좋은 생두를 가져오는 게 더 효과적이죠. 커피그래피티엔 100g에 5만원이 넘는 원두도 있어요. 언뜻 비싸 보이지만, 좋은 커피의 가치를 아는 분들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요. 와인 가격이 품질에 따라 다른 것처럼 원두도 마찬가지예요. 희망적인 건 좋은 커피의 가치를 아는 고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거예요.
몇 년 새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산지를 직접 찾는 회사가 늘면서 산지에서 경쟁이 치열해졌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최근엔 좋은 원두가 나오면 중국이 싹쓸이해가요. 예를 들어 중국 상인이 저보다 먼저 파나마에 다녀갔다면 제가 갔을 땐 남은 생두가 없어요. 하지만 중국보다 한국이 잘하는 게 있어요. 로스팅과 브랜딩인데, 좋은 커피를 가져와 잘 만들어서 파는 게 차별화가 돼요.
농장 입장에선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에 파는 게 당연하잖아요. 지구 반대편의 작은 브랜드를 그들에게 어떻게 어필하죠.  
농장과의 신뢰를 쌓아야죠. 사실 처음 거래 때는 마음을 내려놓아요. 한국에서 어떤 커피가 잘 팔릴지 모르니까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가져와서 우리가 잘 팔 수 있는 것을 찾아요. 물론 농장에서 커피를 고를 땐 비싸더라도 맛있는 걸 가져온다는 확실한 기준이 있어요. 먼저 한국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다음 해엔 제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말해요. 예를 들어 원하는 로트만 골라서 살 수 있는 거죠. 같은 커피와 농장이더라도 로트에 따라 맛이 다르거든요.  
2019년에 열린 카페쇼의 커피그래피티 부스. 다양한 게이샤 커피를 만날 수 있던 부스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조원진]

2019년에 열린 카페쇼의 커피그래피티 부스. 다양한 게이샤 커피를 만날 수 있던 부스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조원진]

다음 해에 바로 농장의 반응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어떻게 소통하세요.  
판매되는 커피를 산지에 다시 보내는 게 도움이 돼요. 대부분의 커피 생산자는 생두를 수확해도, 정말 좋은 최상의 것은 먹지 못하고 팔아요. 자신이 수확한 커피가 어떤 형태로 고객에게 가는지 알 수 없는 거죠. 반대로 저는 커피를 만들어 고객에게 파니까 그걸 공유하는 거죠. 산지에 그대로 보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고객의 요구도 함께 전달하죠. 소비국에서 산지에 디렉션을 줄 수 있게 되죠. 서로 원하는 바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 해를 거듭할수록 시너지가 나요.”  
커피그래피티 원두하면 라벨 다양한 색과 캔 패키지를 떠올리는 분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브랜딩에서 색과 패키지는 중요해요. 커피도 마찬가지죠. 저는 2018년도부터 라벨에 색을 넣기 시작했어요. 당시엔 아로마 필을 이용해 커피를 맛본 후 그 커피에서 가장 잘 느껴지는 색을 선택해 라벨에 넣었어요. 올해는 농장별로 색을 정하고 로스팅 정도나 생두 종류나 로스팅 정도에 따라 채도를 다르게 표현했어요. 캔 포장은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포장이 가능한 업체를 찾다가 2019년에 시작했어요. 종이나 비닐 봉투에 넣는 것보다 완전 밀폐가 되니까 보관할 때 안전하고, 뚜껑이 있어서 개봉한 후에도 보관도 편리해요.  
폴인은 조원진 커피칼럼니스트와 함께 9월부터 스페셜티 커피를 주제로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배울 수 있는 폴인스터디 〈스페셜티 커피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을 연다. [사진 폴인]

폴인은 조원진 커피칼럼니스트와 함께 9월부터 스페셜티 커피를 주제로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배울 수 있는 폴인스터디 〈스페셜티 커피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을 연다. [사진 폴인]

이종훈 대표는〈폴인스터디 : 스페셜티 커피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에서 더 많은, 그리고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 전략을 풀어놓는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가 이끄는 스터디엔 어니언의 김성조(패브리커) 작가와 김준연 이사가 사람을 끄는 공간과 커피, 커피플레이스의 정동욱 대표가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전략, 헬카페로스터스의 임성은 대표가 작지한 강한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 베르크 로스터스가 로컬 브랜드의 생존법 등 스페셜티 커피를 주제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관점과 브랜딩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