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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급증에도 중증환자 그대로···코로나 약해졌다는 건 착각

중앙일보 2020.08.18 05:00
코로나19 전자현미경 이미지. EPA=연합뉴스

코로나19 전자현미경 이미지. EPA=연합뉴스

한국·일본·인도·베트남 등의 아시아, 영국·스페인·프랑스·독일 등의 서유럽, 미국·브라질을 비롯한 미주지역 할 것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하루가 다르게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청정국을 선언한 뉴질랜드도 총선을 연기했다. 15일 코로나 발생 최고치를 갱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전히 미스테리
당국 "전파력 다소 세졌을 것으로 추론"
중증 늘지 않는 건 치료능력 향상 덕분
바이러스 독성 약해진 건 아니라고 분석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이 대유행 초기에 다다랐는데도 중증·위중 환자가 보름 가까이 13명 선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강해졌고, 치명력(병원성)은 낮아진 걸까. 17일 말레이시아에서 전파력이 10배 강한 '변종'이 등장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러스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10일 코로나 환자 검체 776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국내 발생 환자 검체 597건 중 437건이 GH그룹이었다.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형을 5개 그룹으로 나눈다. S,V, G, L, 기타 그룹이다. 한국은 4월 초까지 S,V가 유행했다. 구로 콜센터가 S, 신천지 대구교회가 V에 속한다. G그룹이 GR,GH로 갈라졌는데, 한국은 GH가 유행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 쿠팡물류센터 등 대부분의 집단감염이 여기에 속한다. GR은 러시아 선박과 우크라이나인 감염(충주)이 해당한다.
 
GH그룹은 감염력이 최고 9.6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 과학잡지 셀에 발표된 논문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는 실험실 데이터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 베트남 주재 박기동 대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더 잘 자라더라고 나왔지만 현실은 다른 얘기다. 실제로 GH그룹이 전파를 많이 시키는지 두고봐야 한다. 어떻게 결론날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형상. 사진 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형상. 사진 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한명국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분석과장은 "세계 각국에서 WHO에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보고한 게 7만~8만건에 달한다. 이 중 바이러스 변이나 변종은 없다. G그룹이 세분화하면서 형제격인 GH가 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한명국 과장은 "실험실에서 GH의 감염력이 세다고 나왔기 때문에 실제 전파력이 더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감염력이 높아서 전파력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하지만 실제 전파력이 높다는 사실이 역학적으로 확인된 게 아니다. 그건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GH그룹의 전파력이 세다고 입증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변이도 같은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한 과장의 분석이다. 
 
 다만 질본은 GH그룹의 전파 속도가 다소 빠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정은경 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전 비해 전파력이나 전염속도가 ‘좀 더 빨라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두 교회간 전파속도 비교는)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의 설명만으로는 세계적인 감염 확산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그래서 각국의 이동 금지령 해제와 느슨한 방역에 원인을 찾는다. WHO 박 대표는 스페인의 예를 들었다. 그는 "스페인이 일종의 도박을 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객을 받아들였다. 너무 성급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유럽 확산의 원인은 휴가철 대이동이 한몫했다. 일본도 지난 7월 22일 정부 주도로 여행촉진 캠페인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이후 급증했다. 코로나 청정국 베트남도 그동안 한 마리 토끼(방역)만 잡다가 이제는 두 마리(방역과 경제)를 잡는 정책으로 바뀌면서 감염자가 17일 현재 964명으로으로 늘었다. 
17일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진료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진료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GH그룹 바이러스가 '발이 빨라지면서 독성은 그대로'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고 외식쿠폰 등으로 일부 규제를 풀었다. 그게 잘못된 신호로 읽혔는지 3밀(밀접·밀집·밀폐) 위반이 크게 늘었다. 한명국 과장은 "10개의 바이러스가 있는데, 100평 공간보다 10평이 훨씬 많이 퍼진다. 이러한 환경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10평 상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서 야외에서 예배를 하던 신도들이 좁은 예배당으로 밀려들었고, 일부는 숙식을 같이 했다. 경기도 파주의 스타벅스 2층 집단감염도 비슷한 예이다. 
 
 '조기 발견, 조기 검사'가 환자 상승 곡선의 그래프 기울기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WHO 박 대표는 "한국은 열심히 저인망식 수색을 한다.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신천지 교회 때는 엉겹결에 당한 거다. 그 때처럼 대형으로 번지기 전에 열심히 찾아서 틀어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가 오래 가면서 사람들의 경계심이 낮아졌고, 당국이 빨리 찾아낸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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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증하지만 중증·위중 환자는 늘지 않는다. 이달 4일 13명에서 6,7일 18명으로 잠깐 늘었다가 16,17일 13명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치명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명국 과장은 "대구·경북에 중증 환자가 많았던 이유는 당시 치료 경험이 쌓이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대응이나 치료 방법이 훨씬 발전한 건 분명하다. 
 
 박기동 대표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매우 교활하고 고약한 놈이다. 약간의 허점을 보이면 파고들기 때문에 방역의 완급 조절을 예술적으로 하면서 백신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위중 환자가 당장은 늘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사랑제일교회 감염자가 고령인 경우가 많다. 최근 4일 간 확진자 745명 가운데 50~60대가 296명(39.7%)에 달한다. 현재 13명의 중증·위중 환자 중 60대 이상이 12명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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