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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논란에 靑 침묵···文은 이승만·박정희 두번 참배했다

중앙일보 2020.08.18 05:00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

 
2015년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당시 야당(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이러한 메시지를 남긴 뒤 현충원에 안장된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차례로 참배했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 자격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계열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 자격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계열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민주당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참배를 마친 뒤 “참배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분 대통령에 대해 과를 비판하는 국민이 많지만, 공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며 “이런 평가의 차이는 결국 역사가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실 나는 진정한 국민 통합이 묘소 참배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진정한 국민통합은 역사의 가해자 측에서 지난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국민과 피해자를 위로해 그들도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2월 9일 현충원 참배 때 남긴 방명록.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2월 9일 현충원 참배 때 남긴 방명록.

당시 묘소 참배는 진영 내 반발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당시 최고위원 5명 중 주승용ㆍ정청래ㆍ오영식 의원은 현충탑만 참배했고, 전병헌ㆍ유승희 의원은 아예 행사 자체를 보이콧했다.
 
2015년 문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당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표실 내에서도 참배를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통합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문 대표의 의견에 따라 결정이 이뤄졌다”며 “다만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자율 의사에 맡기는 선에서 봉합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첫 일정으로 또다시 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이때도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했다. 또 그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 기념공원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장에도 화환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당시 후보가 2017년 4월4일 오전 대선 후보 첫 행보로 찾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당시 후보가 2017년 4월4일 오전 대선 후보 첫 행보로 찾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첫 번째 대선에 출마했던 2012년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거부했다. “독재에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공교롭게 그해 대선에서 그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중도층으로 표심을 확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같은 경험 탓인지 최근 김원웅 광복회장이 제기한 ‘파묘(破墓)’ 논란에 대해선 문 대통령 주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문제를 넘어, 현충원에 안장된 유공자의 묘지를 아예 파내자는 주장은 정서적으로도 거부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현충원에는 친일 군인을 비롯한 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며 친일 전력 유공자에 대해 파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원웅 광복회장(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원웅 광복회장(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17일 중앙일보에 “문 대통령이 과거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던 것은 그분들의 공과 과를 함께 인정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는 의미였다”며 “그런데도 이제 와서 유공자의 안장을 넘어 아예 묘를 파내자는 주장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한 당론이 없는데도 일부 의원들이 강경한 목소리는 내는 것은 코로나와 경제 현안 등이 산적한 현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파묘 논란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라면서도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념사 전문이 사전에 청와대에 전달됐냐”는 질문에 “전혀 교감이 없었다”고 했다. 행사를 준비한 행정안전부와도 내용은 공유하지 않았다며 사전 메시지 조율이 있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제는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역사의 아픔만 긁어모아 국민 분열의 불쏘시개로 삼는 선동가를 이번에도 침묵의 동조로 그냥 넘기실 것인가”라며 “코로나에, 부동산에, 온 국민이 지쳐가는 데 또다시 갈등의 포연 속에 나라를 밀어 넣을 셈인가. 역사는 정치의 희생양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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