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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락말락 대만 국기도 지웠다···할리우드의 차이나머니 눈치

중앙일보 2020.08.18 05:00

"중국이 싫어하는 소재는 손도 못 댄다." (포린어페어스)

  
요즘 미국 할리우드의 가장 큰 고민이다.  
 
영화 '스카이폴'

영화 '스카이폴'

 
할리우드가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얘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풍자하고 폭로해야 할 예술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탑건: 매버릭'(조셉 코신스키 감독)을 두고 벌어진 '톰 크루즈 재킷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편 '탑건'(1986, 토니 스콧 감독)에서 주인공의 재킷에 새겨져 있던 대만 국기가 이번 속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예고편에서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텐센트픽처스의 투자를 받은 이 영화가 "중국 공산당에 고개를 숙였다"(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말들이 나왔다.

 
영화 '탑건'의 속편.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홈페이지]

영화 '탑건'의 속편.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홈페이지]

 
이 뿐일까. 전 세계에서 크게 흥행한 '스타트렉: 비욘드'(2016, 저스틴 린 감독), '보헤미안 랩소디'(2018, 브라이언 싱어 감독) 등은 동성애 장면을 삭제해야 했다. '007 스카이폴'(2012, 샘 멘데스 감독)에서는 중국 공안요원이 죽는 장면이 지워졌다.  
 
2012년 나온 '레드 던'(댄 브래들리 감독) 사례는 특히 유명하다. 당초 중국이 미국을 공격하는 이야기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악당이 북한으로 바뀌었다. "중국 관객 10억 명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결정"(가디언)이었다.

 
영화 '레드 던'

영화 '레드 던'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할리우드가 인권의 가치를 부르짖던 시절은 끝났다"(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비판이다.  
 
칼 로스티알라(미국 UCLA 법대) 교수는 "할리우드의 자기 검열이 고착화하고 있어 더욱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다.  
 
'펜 아메리카(Pen America, 문학과 인권의 발전을 위한 비영리 단체)' 역시 얼마 전 9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심의에 맞춰 검열하는 것을 넘어, 처음부터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할리우드가 이토록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은,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은 물론 중국 영화시장이 미국 시장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만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미국 영화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26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이다. 중국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놓칠 수 없단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국의 입맛에 맞추기만 하다가는 할리우드 영화 고유의 매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인권의 가치를 힘줘 말하고, 독재자를 신랄하게 풍자하던 힘이 사라질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미국의 힘은 '소프트파워'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중국에 없는 것"(포린어페어스)이란 말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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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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